캐릭터 디자이너 강우현씨 '멀티 캐릭터 디자인'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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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캐릭터 디자이너 강우현 (45) 씨는 정열만큼 말이 많다.

이런 저런 구상이 머리 속에 가득 찬 탓이다.

그런만큼 이것 저것 한 것도 많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을 만들었으며 동화책도 몇 권 냈고 서예가로도 활동했다.

최근엔 칸 영화제 포스터를 제작한 첫 한국인으로 기록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강씨를 만나도 여전히 말이 많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달라진 게 있다.

이 분야 저 분야 다양했던 화제가 하나로 좁혀졌다.

그 산물이 '멀티 캐릭터 디자인' 이란 책으로 나왔다 (안국문화刊) .캐릭터 디자인이란 사람이나 동.식물 등의 특성을 잡아 눈에 띄게 표현하는 것. 이 책은 캐릭터 디자인과 캐릭터 산업에 필요한 창조적 발상과 표현기법을 총망라 한 자료집이자 캐릭터 디자인의 발전방향을 제시한 지침서.

특히 더 이상 외국의 예만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랑스러운 것 속에서 창조적 개성을 살리는 작업의 중요성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먹 드로잉을 이용한 캐릭터 작업. 서예에서 닦은 기본을 바탕으로 붓이 지나간 흔적을 캐릭터의 모티브로 삼는다.

거칠고 때론 부드러운 붓의 흐름을 캐릭터의 한 부분으로 도입하고 이를 컴퓨터 그래픽에 적용, 새로운 결과물을 얻어내는 작업이다.

강씨는 최근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테마파크 사업에 활용할 캐릭터를 제작하고 있다.

이곳에 먹 드로잉 기법이 적용된다.

마이클 잭슨의 격렬한 움직임이나 인상을 담아내는데 먹 드로잉만큼 개성적이고 적합한 소재는 없다는 것. 강씨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이클 잭슨 캐릭터 작업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캐릭터 산업은 21세기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를 진흥시키기 위한 대책이 한창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캐릭터 전문서조차 전무한 실정. 따라서 우리 캐릭터 산업을 '캐릭터 없는 캐릭터 산업' 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로써 국내보다는 오히려 미국.일본.프랑스.중국 등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강씨. 그가 책제목에서 밝혔듯 멀티 캐릭터란 개념을 처음 도입하며 한국 캐릭터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멀티 캐릭터란 캐릭터가 하나의 존재로만 성립할 게 아니라 섬유.가구.액세서리 등 모든 분야에 파급돼 적용되야 한다는 그의 캐릭터 지론. 그런 만큼 책속의 캐릭터들은 모두 멀티 캐릭터를 지향하고 있고 짜임도 그러하다.

책속에 실린 3천 컷트가 넘는 캐릭터들은 모두 강씨가 디자인한 것이란 점이 책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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