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표적사정 강력규탄 … 폭력사태 정치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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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9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김대중정권 국정파탄 및 야당파괴 규탄대회' 는 집회를 방해하는 일부 폭력배들과 당원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폭력집회로 얼룩졌다.

한나라당이 이를 '여권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의 계획된 행위' 로 규정, 강도높은 대여 (對與) 강경투쟁에 나섬에 따라 '집회 방해 폭력사태' 가 여야간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30일로 잡혀있던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경제기자회견을 통해 정국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 오히려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추석전 정국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날 집회는 시작전부터 수십명씩 떼지은 노숙자.폭력배들이 곳곳에서 "밥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이런 집회를 하느냐" 며 항의, 대회를 알리는 애드벌룬을 불태우고 소주병.돌.우산을 던지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제지하는 한나라당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몇몇 당원들이 머리.이마 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안상수 (安商守) 대변인은 대회 후 긴급 성명을 내고 "수백명의 폭도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민주집회를 방해.유린하는 행위는 현정권의 묵인.방조없인 불가능한 일" 이라며 "金대통령은 사과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 고 촉구했다.

집회는 당초 예상했던 2만명의 절반 가량이 참석, 부산.대구대회에 비해 저조했으나 장외투쟁을 방관했던 비주류의 이한동 (李漢東).서청원 (徐淸源) 의원을 포함, 1백여명의 의원이 가세했다.

李총재를 비롯한 9명의 연사들은 갖가지 독설을 동원, 여권을 비난했다. 李총재는 "국정 파탄과 야당 파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이는 오만불손한 정권을 서울시민의 손으로 응징하자" 고 호소했다.

이어 "金대통령이 야당 빼가기를 중단하고 편파사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 실천해야 한다" 면서 "이제 金대통령과 여당의 선택에 달렸다" 고 여권을 압박했다.

이부영 (李富榮) 야당파괴투쟁위원장은 "부정부패의 몸통과 마당쇠가 청와대에서 사정의 칼 휘두르고 있다" 고 '20억+α설' 을 제기했다.

11일째 단식중인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대행도 모습을 드러냈다. 李전대행은 권오을 (權五乙) 의원이 대신 읽은 연설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대통령과는 바쁜 시간을 쪼개 만찬을 하면서 평생 야당을 한 이기택. 이부영. 정대철은 매장시키겠다는 것이 DJ사정의 본질이냐" 면서 특검제를 통한 공정 사정을 촉구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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