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 뉴스 사이트에 김일성 조문 촉구 글 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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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정홍보처가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국정브리핑(www.news.go.kr)에 북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글이 게재돼 파문이 예상된다.

문제의 글은 국정브리핑에 회원으로 가입한 국정넷포터(네티즌과 리포터의 합성어)가 쓴 것으로 국정브리핑 측의 사전 심의를 거쳤다.

'우리 민족끼리 6.15 정신 되살리자'라는 제목의 이 글은 "김일성 주석 10주년 조문단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하루라도 빨리 꾸려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 (10년 전 조문하지 않은 것은) 같은 민족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김일성 조문을 촉구했다. 최근 탈북자들의 집단입국과 관련, 이 글은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일시적 경제 난관을 이유로 탈북한 사람을 남쪽에서 적극적으로 입국을 추진한다면 이는 서로의 체제에 대한 인정을 명시한 6.15 공동선언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이와 유사한 내용의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이 글은 또 최근 미국 의회의 '북한 인권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자 제국주의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게재된 이 글은 1일 현재 '오늘의 넷포터'에 선정돼 '팝업' 형태의 실시간 뉴스서비스로 네티즌들에게 보내지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넷포터로 선정된 일반인의 기사를 기고받아 심의한 뒤 편집.교열 등을 거쳐 사이트에 올리며 게재된 글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국정브리핑은 "편집진은 기사에 대한 편집권을 가지며, 국정넷포터가 쓴 글에 대해 교정과 교열은 물론 내용 일부를 첨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글은 인터넷 신문 '참말로'란 사이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국정넷포터 회원인 이 사이트 대표가 국정브리핑에 제공했다.

실제로 국정브리핑 측은 이 글을 일부 손질했다. "김일성 주석 '서거' 10주년" "(미국 의회의 북한 인권법안 통과는)도대체가 막돼먹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는 등 참말로에 등록된 글에서 '서거'라는 단어를 빼거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로 표현을 바꿨다.

국정넷포터 코너의 글들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 코너에서 국정브리핑의 뉴스로 네티즌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넷포터의 글이 아니라 국정홍보처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정홍보처 산하 국립영상간행물 제작소가 만드는 국정브리핑은 정책뉴스.보도자료.뉴스와현장.국정넷포터 등의 코너로 구성됐으며 2003년 9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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