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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7. "말 대신 사람이 울타리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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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1908년 런던 올림픽 장애물 경주. 장애물경주의 거리는 20년 앤트워프 올림픽 이후 3000m로 고정됐다.

육상의 장애물 경주는 영어로 'steeplechase'다. '교회 뾰족탑(steeple) 찾아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1752년에 아일랜드의 두 신사가 말을 타고 버터반트 교회에서 세인트 레거 교회까지 경주를 했다는 것이 유래다. 목장 울타리와 개천을 뛰어넘은 두 신사의 레이스 이야기는 급속히 영국에 퍼졌고, 이를 계기로 장애물 승마 경주가 생겼다. 1810년 이후엔 목장 울타리 높이의 인공적인 장애물과 물웅덩이를 만들면서 체계화됐다.

19세기 중반엔 이 승마 장애물 경기 도중 낙마한 한 젊은이가 "말이 나빠서 떨어졌다"고 불평하면서 "이건 사람의 경주가 아니고 말의 경주다. 우리들이 직접 장애물을 뛰어넘어 실력을 가려보자"고 제의했다. 육상 장애물 경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래서 육상.승마 모두 장애물경주는 steeplechase가 됐다.

초창기엔 육상 장애물 경주는 일종의 크로스컨트리였다. 목장 울타리와 물웅덩이를 넘어야 했고, 거리도 꽤 멀었다. 첫 공식대회는 1850년 옥스퍼드대에서 행해졌다고 기록돼 있다. 올림픽에서는 28개의 장애물(허들)과 7개의 물웅덩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단거리 허들 경기의 유래는 확실치 않다. 장애물 경주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양치기 목동들이 울타리를 뛰어넘는 달리기를 보고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첫 공식대회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학교대항전이 벌어진 1884년이다. 이를 계기로 옥스퍼드대에서 허들의 기본적인 규정을 만들었는데, 영국에서 시작한 종목이라 m가 아니라 철저히 야드제를 따른다.

당시 가장 짧은 허들경기는 10야드 간격의 허들을 10개 넘는 120야드(109.8m)였다. 현대 육상의 남자 단거리 허들경기가 100m가 아니고 110m가 되는 계기가 됐다. 허들 높이도 3.5피트(1.067m)로 당시 일반적인 목장 울타리 높이다. 장거리나 여자.청소년 허들은 높이가 낮다.

허들은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제2회 파리 올림픽 때는 시설 부족으로 부러진 전신주를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장애물 경주는 제2회 대회에 시작됐다. 그러나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여성 3000m 장애물 경주는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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