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면 법 지키는 게 노동자에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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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법 테두리 안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도 있죠. 그래도 길게 보면 법을 지키는 게 노동자에게 이익입니다.”

6300명 베이징현대자동차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리즈리(李志立·54·사진) 공회(工會) 주석(노조위원장격)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동운동관을 이렇게 밝혔다. 공회는 중국의 독특한 노동자 조직이지만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사측과 줄다리기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노조와 다를 게 없다.

베이징현대차 노재만 총경리(사장)는 최근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 “베이징현대차가 중국 진출 6년 만에 월간 5만 대 생산, 5만 대 판매라는 실적을 달성한 데는 노조(공회)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순이(順義)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차 공장을 직접 찾아가 리 주석을 90분간 만났다. 리 주석은 “1992년 합작회사였던 베이징 지프차에서 공회 부주석을 시작으로 17년간 공회 활동을 해왔다”며 “나도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6년간 전기공으로 생산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노조원은 얼마나 되나.

“6300명의 직원 중 90%가 가입돼 있다. 이직률은 2%를 넘지 않는다. 직원 평균연령이 26세로 젊은 기업이다.”

-중국에서 공회의 역할은.

“노동자의 합법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 주요 임무다. 동시에 기업과 국가의 이익도 함께 생각한다.”

-월간 5만 대 생산, 5만 대 판매가 가능했던 동력은.

“자동차 소비 촉진 정책의 도움도 받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쟁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을 때 회사가 시장 대응을 잘 했다.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한 노동자들이 크게 기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협조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 차종을 선택할 수 있어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4∼5월에는 점심 휴식 시간도 매일 30분씩 반납했다고 들었다.

“100% 가동하다 보니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차가 잘 팔리니 힘이 난다. 회사도 노동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 사기를 북돋워줬다.”

-하루 11시간씩 2교대로 일하면 힘들지 않나.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3교대를 하다 차가 안 팔리면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2교대는 그런 위험이 적다.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만약 감산하고 감원해야 한다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측과 협상할 것이다. 법에 따라 최저임금 보장 등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 법에서 노조의 파업권은 인정되지 않는데.

“불법이라도 파업을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과 경험이 있다.”

-합작기업인데 노동자들은 한국기업 노동자라고 생각하나.

“99%가 중국인 노동자이지만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노사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나.

“노사는 투쟁보다는 협상과 상생(윈윈)의 관계다. 법을 지키다 보면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길게 보면 법을 지키는 것이 노동자 이익에 부합한다.”

-한국의 노사 관계를 어떻게 보나.

“노동자의 급여와 복지는 국가 경제와 기업의 발전과 생산성에 맞춰야 한다. 만약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면 기형적이다. 경기가 나쁜데 무조건 월급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중국기업이 인수한 쌍용자동차 사태 소식을 들었나.

“상하이자동차가 노사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한 것 같다. 중국기업은 해외진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

-세계 1위를 달리던 미국 GM의 파산보호 신청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에서 먹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한 기업의 문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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