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손잡고 디지털TV용 반도체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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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의 양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TV 수신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손을 잡았다. 또 SK텔레콤은 반도체 설계업체와 스마트폰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공동 추진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동부하이텍 등은 27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시스템 반도체산업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정부와 민간자금을 합쳐 410억원이 투입된다. MOU를 보면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중소 팹리스(설계된 반도체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와 IP(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면) 업체와 함께 디지털TV 수신용 칩을 설계하면, 삼성전자는 이 칩을 제작하고 테스트한다. 이번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벌이는 최초의 협력사업이다. 지식경제부는 수입에 의존해온 칩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용화 이후 3년간 300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와 3000억원의 해외 수출, 2000억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강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협력이 시스템 반도체 강국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우현 LG전자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없는 전자산업은 엔진 없는 자동차 회사와 같다.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지만 좋은 칩이 나온다면 얼마든지 쓰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큰 ‘와이어리스 커넥티비티 시스템 반도체’를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인 카이로넷 등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무선인터넷(Wifi)과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용 반도체를 통합해 하나의 칩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동안 두 반도체의 수입 규모는 연간 8000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이 시스템 반도체의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다.

지식경제부의 박태성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시스템 반도체가 상용화되는 2011년 이후 3년 간 7000억원의 투자 유발과 1만5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시스템 반도체(SoC, System on Chip)=메모리와 프로세서·소프트웨어가 하나로 통합된 반도체다. 칩 위에 모든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정 계산과정에 대한 알고리즘을 통달하고, 칩 기술이 뛰어나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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