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 수입 '고아원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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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1일 오전 4시 서울은평구신사2동 미성아파트. 중년의 한 남자가 중앙일보를 한아름 안고 비오듯 하는 땀을 훔치며 어둠 속을 뛰고 있었다.

매일 오전 3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미성.신성아파트 2백30가구에 6개월째 신문을 돌리는 홍정식 (洪貞植.48.미성아파트2동1402호) 씨. 23년 세무공무원 경력에 현재 서울세관 파주감시소 소장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갖고 있는 洪씨가 중앙일보를 배달하는 데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마련이라는 '깊은 뜻' 이 숨어 있다.

평소 사재를 털어 남을 돕는데 앞장서 왔으나 올들어 월급이 10% 이상 삭감돼 생활비마저 빠듯해진 상황에서 집에다 손을 내밀 수 없었기 때문이다.

"IMF관리체제 이후 그늘진 곳에서 더욱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이웃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기 위해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

지난 4월 洪씨가 이 일을 하려하자 부인 박순심 (朴順心.35) 씨는 "아버지가 신문배달한다는 소문이 나면 중학교 1년과 초등학교 4년 두 자녀가 부끄러워한다" 며 반대했으나 결국 봉사활동을 위한 자랑스러운 일임을 알고 격려자가 됐다.

특히 洪씨는 신문배달을 하면서부터 평소 앓아왔던 위장병과 변비를 말끔히 고쳐 가족들이 오히려 중앙일보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배달로 버는 돈은 한달에 고작 25만원. 그는 이 돈을 가지고 경기도포천군소흘읍에 있는 고아원 '사랑방 쉼터' 의 후원회장직을 맡아 원생들을 돕고 있다.

또 이달부터는 경기도고양시덕양구내유동 '희망양로원' 도 돌보고 있다.

나아가 결식아동돕기 운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앙일보 애독자이기도 한 洪씨는 94년 12월 중앙일보가 주최한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가족우수상을 받았으며 95년부터는 공무원 및 시민들과 함께 정도회 (正道會).활빈단 (活貧團) 등 단체를 만들어 '바르게살기 운동' 을 벌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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