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충분히 응시하고, 공은 잠깐만 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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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16면

퍼팅을 할 때도 평소에 훈련할 때와 똑 같은 준비 과정을 거쳐서 동작을 완성하는 것이 좋다.

골퍼라면 누구나 라운드에 앞서 긴장한 적이 있을 것이다. 프로골퍼도 마찬가지다. 내가 PGA투어에서 활약할 때 일이다. 난생처음 잭 니클라우스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하게 됐다. 티샷을 하기 앞서 니클라우스는 내게 “긴장이 되느냐”고 물어봤다. 난 “너무 긴장이 돼 침도 삼키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샷을 할 수 있나요” 내 질문에 니클라우스는 “공을 치기 전에 루틴(pre-shot routine)을 잘 지키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드라이브샷도, 퍼팅도 똑같은 루틴을 반복
공을 치기 전부터 루틴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공이 잘 날아가 페어웨이 중간에 안착되는 상상을 하고 샷을 하면 공을 잘 칠 수 있다는 게 니클라우스의 충고다.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루틴을 따라 살고 있다. 항상 같은 방식으로 운전하고, 같은 방법으로 식사하고 차를 마신다. 골프에서도 루틴을 지켜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바짝 긴장하는 상황에서도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몸이 익숙한 대로 루틴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샷하기 전에 공의 뒤에서 연습 스윙을
프리샷 루틴에서 첫 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공의 뒤편에서 연습 스윙을 하라는 것이다. 연습 스윙을 할 때는 클럽 헤드가 항상 땅에 닿도록 해야 한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로 헤드가 땅을 스치도록 해야 한다. 연습 스윙을 할 때는 생각을 하면서 클럽을 휘둘러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천천히 백스윙을 해야 한다’거나 ‘끝까지 몸을 돌려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렇지만 체크 리스트가 너무 많아선 곤란하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가 오히려 샷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 스윙의 키(key)만 생각하고 그날의 라운드에 나선다.
 
왜글을 하면서 리듬감을 익히자
위에서도 말했지만 프리샷 루틴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 이선화 선수의 샷을 지켜보자. 그의 프리샷 루틴은 항상 똑같다. 혈압도 변하지 않고, 심장 박동도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선화 선수를 ‘리틀 벤 호건’이라고 부른다.

이선화와 함께하는 마이크 밴더의 챔피언 레슨 <11>프리샷 루틴

티샷을 할 때는 목표를 설정한 뒤 오른쪽 발을 먼저 내밀면서 세트업을 한다. 그 다음 클럽 페이스를 내려놓은 뒤 몸을 정렬한다. 에이밍을 제대로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샷을 잘해도 에이밍이 잘못돼 있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어깨와 허리·양발이 모두 목표 방향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지 체크해 본다. 정렬이 됐으면 마지막으로 머리를 돌려 목표를 살펴본다. 그러고는 두세 차례 왜글(waggle)을 해 준다. 왜글이란 공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근육을 풀기 위해 스트로크를 하기 전 클럽을 가볍게 좌우나 앞뒤로 흔들어 보는 동작을 말한다. 왜글을 함으로써 리듬감도 익히게 된다.
 
눈은 스윙의 방아쇠
프리샷 루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눈은 골프 스윙에서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트업을 끝낸 뒤 공을 어디로 보낼지 눈으로 응시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보통 목표를 힐끗 본 뒤 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이건 잘못된 방법이다. 공을 오래 쳐다 보면 스윙에 앞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나는 반대로 목표를 2~3초간 쳐다보면서 공이 어떻게 날아가야 할지 이미지를 그리라고 권하고 싶다. 목표를 오랫동안 살펴보면서 공이 어떻게 시작해 어떻게 끝날지를 그려 보라는 뜻이다. 준비가 끝났다면 눈이 공 위로 돌아오는 순간 스윙을 시작하는 게 좋다. 정리해 말하면 세트업 자세에서 공을 보고, 목표를 오랫동안 살펴본 뒤 왜글을 몇번 하고 다시 공 쪽으로 시선을 돌린 다음 바로 스윙을 시작하는 것이다.

프리샷 루틴 시간을 재 보자
1996년 마스터스에서 그레그 노먼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노먼의 루틴은 평균 37~40초 걸린다. 그런데 마지막 날 노먼의 프리샷 루틴은 1분40초 이상 걸렸다. 공이 잘 안 맞을수록 더욱 잘 치려고 노력한 탓이다. 좋은 샷을 구사하기 위해 루틴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적은 오히려 나빠졌다. 결국은 닉 팔도에게 그린 재킷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선수들도 평상시 루틴에서 벗어날 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대표적인 예다. 그러므로 아마추어 골퍼들도 자신의 프리샷 루틴에 걸리는 소요시간을 재 본 뒤 실전 라운드에서도 그대로 하는 것이 좋다. 프리샷 루틴은 프로골퍼들보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프로들은 웬만한 동작이 몸에 배 있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슬로 플레이로 악명이 높은 가르시아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항상 일정한 루틴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연습장에 가 샷 훈련만 할 게 아니라 프리샷 루틴 연습을 하는 것이 타수를 줄이기 위한 지름길이다.

이선화 선수의 티샷



‘이선화와 함께하는 마이크 밴더의 챔피언 레슨’은 7월 30일 밤 11시 J골프를 통해 방영됩니다. 인터넷(www.joins.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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