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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술로 북한의 모든 미사일 요격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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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05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세계적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사의 겉모습은 허술하다. 회사는 시내 외곽, 우거진 나무 담 속에 있다. 물론 겉모습만 그렇다. 곳곳에 보안 시설이 숨어 있다. 하이테크 업체가 그렇듯 회사 내부도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속에선 세계를 주무르는 무기가 제조되고 있다. 회사는 위상배열레이더 하나만 보여줬다. 다기능 레이더로 불리며 이지스함 등에서 사용되는 이 장비는 광소자 레이더를 1000㎞까지 쏘아 보내는 장치다. 브리핑실의 빔프로젝트에서도 평범해 보이는 그래프가 나왔다. 그러나 그 자료는 세계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미국 미사일 방어망의 비밀을 담고 있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MD 자신감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미국이 요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제기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실패”로 추측했다. 실제론 어떨까.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중 하나인 록히드 마틴사가 지난 16일 이 회사를 방문한 한국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제시한 답은 “요격 가능”이다. 해상 배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담당인 올랜도 카발로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최신 미사일 요격 체계 자료’를 제시하며(그래픽) 이렇게 설명했다.

카발로 부사장은 “미국은 단거리(SRBM)·중단거리(MRBM)·중거리(IRBM) 탄도미사일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대해 각각 요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 초기 단계선 레이저로 격추
미 국방부의 요격 개념에 따르면 어떤 탄도미사일이건 발사 초기에는 항공기에 탑재된 레이저(ABL)가 출동한다. 보잉사의 보잉 747-400F 항공기 맨 앞쪽 코 부분에 장치된 레이저 조사 장치는 액체연료 추진 미사일은 600㎞,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은 300㎞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커다란 미사일 동체에 3∼5초 동안 레이저를 쏘면 공중 폭발한다. 포착에서 요격까지 8∼12초 걸린다. 북한 미사일은 대부분 액체연료를 사용하므로 휴전선 남쪽에서 ABL로 요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는 조만간 실전 배치될 ABL 사용에 최적지다.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탄도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도 201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방어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레이저 요격에 살아남은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은 이지스함의 SM-3로 바다에서 요격한다. ICBM은 고도가 1200∼1500㎞까지 올라가는 비행 중간단계에서는 SM-3의 사정권을 넘어서지만 최고 고도 전후에는 요격할 수 있다. 카발로 부사장은 “미국과 일본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이 고도 1200㎞의 우주 공간까지 올라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므로 북한이 일본을 지나는 중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동해와 태평양에서 모두 요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SM-3는 고고도 요격 확률이 더 높다”며 “사정거리 1300∼5000㎞인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1000㎞ 정도 상승하며 목표에 도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요격이 더 쉽다”고 했다. SM-3는 이 회사가 아닌 미국 레이시언의 제품이다. SM-3의 요격 성공률은 공개되지는 않지만 한 발 발사 때는 80∼90%, 두 발 동시 발사 때는 96∼99%로 보고 있다.

살아남아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은 사드(THAAD) 미사일로 요격한다. 요격 고도는 200㎞ 정도, 요격률은 80% 이상이다. 최종 단계에는 다탄두형 패트리엇 미사일(PAC-3)이 동원된다. 요격률 95% 이상이다. PAC-3는 사정거리 1300㎞ 이하인 탄도미사일만 요격한다. 북한 미사일 가운데 스커드B(사정거리 340㎞), 스커드C(550㎞), 노동1호(1300㎞) 등은 미국 방어 시스템 가운데 ABL과 이지스 미사일 방어체제, PAC-3로 모두 요격 가능하다는 게 록히드 마틴사 설명의 요지다. 남한을 겨냥해 북한이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은 모두 해당된다. ‘북한 미사일을 언제든 요격할 수 있다’는 미 정부의 발언이 빈말이 아닌 것으로 들렸다. 다만 오전 9시부터 5시간 동안 계속된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들은 ‘요격능력을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질문했지만 회사 측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거리 미사일은 PAC-3로 잡아
카발로 부사장은 한국 배치 패트리엇 미사일 PAC-2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한이 발사한 스커드B가 340㎞를 날아가는 데 4분쯤 걸리는데 요격 시간이 너무 짧아 PAC-2가 주축인 한국의 MD 체계로는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이 조기경보레이더와 PAC-3를 배치하고 이를 통합 지휘하는 지휘통제체제(C2: Command and Control)를 구축하면 요격시간을 2∼3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지금처럼 미군으로부터 정보를 받지 않고 한국이 탄도미사일을 먼저 포착, 곧바로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를 반영해 400∼1000㎞를 탐지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를 2010년에 도입할 계획이다. PAC-3도 도입을 앞당긴다. 2012년까지 오산에 전구(戰區·Theater)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도 설치한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PAC-2는 산탄형이어서 미사일을 맞혀도 핵탄두는 파괴하지 못한다. 계속 날아와 폭발할 수 있다. 하지만 PAC-3는 탄두에 직접 부딪히기 때문에 핵탄두가 조각나고 해체돼 피해가 없다. 록히드 마틴사는 세종대왕급 함정에 SM-3를 탑재해 동·서·남해에 배치하면 남한 전체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돈이다. 한 발에 PAC-3는 30억원, SM-3는 100억~120억원이다. 북한은 사거리 1300㎞ 이하 미사일을 800발 보유하고 있다. 다 막으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SM-3는 현재론 한국 판매 불가다. 또 미국의 MD 체제에 얽히게 되는 정치적 문제도 있다. 기술적으론 가능해도 ‘돈과 정치’ 때문에 한국에서 완전한 방어망의 실현 가능성은 아직 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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