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장세 … 돈 다시 증시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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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4일 코스피지수가 10개월 만에 1500대를 되찾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의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국내 수출기업의 ‘깜짝 실적’이 그 원동력이다. 그래서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는 ‘실적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루한 소강국면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강세로 출발했다. 밤 사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2% 넘게 급등해 9000선을 넘어선 영향이었다. 장 초반엔 1510.82까지 올랐다. 이후 개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는 1500선에서 잠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제조업과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사자’에 나서 1502.59로 마감했다. 9거래일 연속 상승에도 성공했다. 2006년 3~4월 연속 12일 상승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코스닥지수도 11거래일 만에 5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3포인트(0.43%) 오른 500.0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6.1포인트(0.41%) 올라 1500 고지를 넘어선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견학 온 학생들이 증권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500선 돌파를 이끈 건 기업의 2분기 실적이다. 5월 초 1400선에 올라섰던 코스피지수는 두 달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돈의 힘’이 주가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기업 이익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초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올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기대감은 이번 주 들어 현실로 확인됐다. 삼성SDI·삼성전기·LG전자·현대차가 1분기보다 훨씬 나은 성적표를 내놨다. 24일 삼성전자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64%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며 “3~4월이 유동성 장세였다면, 올여름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한 실적 장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로 2분기 실적 시즌은 정점을 지났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장세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연구원은 “지금까지 IT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 철강이나 보험처럼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의 자금도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바닥을 치고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증권주가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조정을 내다보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뉴욕증시 급등과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도 이날 지수가 6.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는 건 전보다 힘이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좀 쉬어갈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주도주인 IT에 집중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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