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살신성인 원숭이와 무자비한 야만인의 후손,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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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간 딜레마
이용범 지음
생각의 나무
552쪽, 2만원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 가운데 인간이 먹어 치우지 못하는 종은 없다. 또 인간만큼 빠른 시간 내에 자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종은 없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철학자 프란츠 부케티츠가 『자연의 재앙, 인간』에서 정의했듯, “인간 자신이 최대의 자연재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지구”에서 인간의 미래는 없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서문도 없이 다짜고짜 인간이 살면서 부딪히는 각종 딜레마로 바로 들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이 책에서, 또한 거의 서문으로 읽어도 무리 없는 독특한 맺음말에서 저자는 그런 비범한 능력을 만들고 키우는 ‘문화’ 역시 “인간 본성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대한 탐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더없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 진화심리학적 관찰기다. 명백한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인간 심리를 나타내는 단편적 장면들을 예시함으로써 더욱 적나라한 인간 본성에 맞닥뜨리게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방대한 분량의 학설과 실험, 관찰, 연구 결과를 수집했으며 고전과 심리학, 철학 저술은 물론 성경과 불경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미 여러 편의 소설에서 인간 내면에 대한 탐색을 시도했던 저자는 이 ‘인간 백과사전’에서 다면적이고 혼란스러운 인간 심리와 행동의 이면을 뒤집어 봄으로서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갖고자 한다. 그런 희망을 가지려면 인간 존재에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저자는 다윈의 설명에서 답을 구한다. “동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두려운 적과 맞섰던 용맹스런 작은 원숭이나…피 묻은 제물로 제사 지내고 무자비하게 유아를 학살하고 아내를 노예 다루듯 하던 야만인의 후손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시장 딜레마』, 『신 딜레마』로 예정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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