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존경받는 미국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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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존 케리 대통령 후보는 29일 "미국은 세계를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으며 백악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해 더욱 강한 미국,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미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左)과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右)이 29일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폐막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보스턴 AP=연합]

케리 후보는 이날 보스턴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나는 원해서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때만 전쟁을 하는 미국의 오랜 전통을 회복시키겠다"면서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다. 그는 또 "나는 우리 모두를 전쟁으로 잘못 이끌지 않는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며, 환경오염론자들과 비밀회의를 하지 않는 부통령과 함께할 것이며, 군 지도자들의 충고에 귀 기울이는 국방장관을 둘 것이며, 헌법을 지지하는 법무장관을 임명하겠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내각도 신랄히 비난했다.

그는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은 경감시키겠지만 1년에 20만달러 이상 버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조치는 없앨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아닌 창의력과 혁신에 의존하는 미국, 보다 강력한 미국을 위해 새로운 기술과 대체연료, 미래 자동차에 투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엔 베트남전에 함께 참전했던 전우, 케리가 생명을 구해줬던 그린베레 중위 출신 짐 라스맨 등이 나와 케리의 용기를 증언했다. 케리 후보의 연설이 이어지는 45분 동안 대의원들은 "케리, 케리"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미 언론들은 "그의 단점인 우유부단한 모습을 극복한 훌륭한 연설"이라며 높은 점수를 매겼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예년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CNN은 이날 50개 주별 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538명의 선거인단 중 300명을, 부시 대통령은 238명을 확보해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케리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가 승리했던 플로리다.오하이오 등 핵심 주들의 여론이 케리 쪽으로 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역시 8월 말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세몰이를 할 기회가 남아 있다. 본격적인 대선 판도는 9월 초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보스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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