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의장 본회의장 진입, 민주당이 코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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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미디어 법이 통과된 22일 한나라당 보좌진과 경위들이 본회의장 옆문 통로를 확보하자(사진左)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벌어진 미디어법 대충돌은 여야의 당운이 걸린 총력전이었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뒷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허 찔린 민주당=22일 아침 한나라당이 곧바로 의장석 접수에 나서자 민주당에선 “우리가 먼저 할 줄 알았는데…”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D-데이가 23일인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먼저 점거하자”고 제안한 의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왜 우리가 사전에 단상 점거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단상을 점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대표들이 수차례 점거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정족수 채운 한나라=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진입로 5곳 중 ‘의원식당 앞 통로’의 봉쇄를 뚫고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본회의장 안팎에서 벌인 양동작전의 개가였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정면돌파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상대적으로 방어가 허술한 ‘의원식당 앞 통로’를 주 공격 대상으로 정했다. 민주당은 통로 문을 쇠사슬로 감아놨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쉽게 뚫을 수 없다고 보고 방어 병력을 많이 배치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20분쯤 한나라당 보좌진 30여 명은 통로 주변에서 쉬는 척하면서 모여 있다가 일제히 공격을 시도해 민주당 당직자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쇠사슬로 잠긴 문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을 못했다. 이때 회의장 안에 있던 육군 대령 출신 김성회 의원이 문 틈새에 로프를 걸어 잡아 당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안쪽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이 문에 로프를 걸고 일제히 잡아당겨 문고리를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이 진입해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 로프는 본회의장 입구에다 민주당이 쌓아놓은 바리케이드에 붙어 있던 것을 풀어서 이용했다고 한다.

◆여성들도 한몫=여성은 여성이 상대한다는 관례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본회의장에서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의장석으로 돌진하자 한나라당에선 이은재 의원이 나서 이정희 의원의 머리를 팔로 감고 끌어냈다. 한나라당 여성 당직자들은 ‘의원식당 앞 통로’ 공격에 나서기 직전 본회의장 우측 통로 앞에 모여 고함과 비명을 질러 민주당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민주당도 여성 당직자들이 본청 정문 앞에서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보좌진이 창문을 넘어 본청으로 들어오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선을 넘나든 김밥=22일 아침 한나라당은 의원들을 전격적으로 본회의장에 진입시키다 보니 식사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점심 무렵이 다가왔을 때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까짓 거 한 끼 거릅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리 싸워도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사정했다. 결국 민주당은 본회의장 바리케이드 사이로 김밥과 생수를 넣어줬다. 본회의장 밖에서도 여야 보좌진이 격렬한 난투극을 벌이다 휴전 중엔 서로 김밥을 나눠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야의 사수대=지난 3월 충돌 때 팔 골절상을 입었던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번에도 전투조의 선봉에 섰다. 22일 본회의장에서 차 의원이 “원위치”라고 외치면 한나라당 의원 150여 명이 일제히 각자 맡은 방어구역으로 이동했다. 의장석 사수조였던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투표를 독려해 ‘3선급 초선’이란 평가를 받았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은 이윤성 부의장이 방송법 투표 때 재적 과반이 안 됐는데도 실수로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옆에서 침착하게 절차를 설명하면서 재투표로 이끌었다. 민주당의 핵심 전력인 강기정·조정식 의원은 의사봉을 쥔 이 부의장을 향해 수차례 몸을 날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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