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침입 오해 받고 자택서 체포 ‘흑인 교수 봉변’에 오바마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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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하버드대 흑인 교수 헨리 루이스 게이츠(58·사진)가 자신의 집 대문을 강제로 열다 경찰관에게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해당 경찰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게이츠 교수가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다소 편향된 의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경찰관이 집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체포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의료보험 개혁 관련 기자회견 말미에 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어 “나도 백악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려고 하면 총을 맞을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나라에는 흑인과 라틴계가 사법기관에 의해 과도하게 부당한 처분을 받은 오랜 역사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아직도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이번 사건은 인종 문제가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인종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을 피했던 오마바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논평했다.

게이츠 교수는 16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 자택 앞에서 체포됐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한 것이었다. 게이츠 교수는 자신이 신분증을 보여줘 집 주인임을 확인시켜줬지만 경찰관이 이를 무시하고 4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관은 게이츠 교수가 인종차별을 한다고 고함을 치며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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