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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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낮 도심에서 어이없는 대규모 가스 폭발사고가 또 일어났다.

경기도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은 한마디로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낸 사고였다.

98명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이나 13명 사망.실종에다 65명이 부상한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등 대형 가스 폭발사고가 잇따랐는데도 가스취급업소에서 부주의로 이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집계된 피해만 60여명 부상에 재산피해가 20여억원이라고 한다.

조그만 안전관리 소홀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또 한번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연쇄폭발 모습에다 불기둥이 50여m나 치솟고 10여㎞ 떨어진 지점까지 폭음이 들린 것이나 폭탄 떨어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 등은 가스사고가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줬다.

사고원인은 탱크로리에서 지하 저장탱크로 가스를 옮기던 중 작동부주의이거나 사고 직전에 있었던 안전점검 과정의 잘못중 한 가지로 추정되고 있다.

충전소측과 가스안전공사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 (人災) 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가스는 가정이나 공장,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본 연료다.

서민들의 집 외벽이나 지하와 지상에 거미줄처럼 각종 가스관과 호스가 얽혀 있어 우리가 가스 속에 둘러싸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까이해서 편리한 만큼 위험성도 커지게 마련인데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사고가 난 가스충전소의 경우 '주택이나 학교로부터 12~30m' 라는 법정 안전거리를 지켰는데도 피해범위가 훨씬 넓게 나타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법정 거리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된 만큼 법을 개정해 안전거리를 늘리거나 방호벽을 강화해서라도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1년에 한번씩 하는 업소 정기점검을 강화할 필요는 없는지 등 제도적 개선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저한 시설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형 사고가 터진 후에야 비로소 각종 대책과 온갖 처방을 마련하느라 부산해지는 것이 우리들의 악습이다.

평소 안전의식을 생활화.습관화하는 것이 원시적인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이번 사고는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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