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제품 뜨면 모방…'히트상품 베끼기'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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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유명회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사 '히트상품 베끼기' 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소비자가 혼동할 정도로 용기모양과 이름까지 비슷해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리앙뜨 샴푸' 를 동양화장품 과일나라의 '과일샴푸' 가 모방했다며 최근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용기는 물론 과일추출물을 함유했다는 제품의 특성까지 그대로 본떴다는 게 애경측 주장.

그러나 의장등록이 안된 데다 '과일' 은 일반명사여서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접수 자체가 반려됐다.

이런 현상은 화장품업계에서 특히 심하다.

태평양의 경우 '아이오페' 의 이름과 용기를 모방한 제품이 6종이나 나와 애를 먹었다.

나드리화장품은 주로 미장원용으로 팔고 있는 헤어트리트먼트제품 '레브론 인스턴트 2페이스' 와 유사한 제품이 7종이나 쏟아지자 '겉모양이 같다고 품질이 같지는 않다' 는 광고를 내보냈다.

애경은 남성화장품 아놀드 파마를 중소기업이 용기가 거의 똑같게 내놓아 대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경쟁회사 제품을 베끼는 이른바 '미투 (Me - too)' 전략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과자나 빙과의 경우 유명업체끼리 경쟁사 제품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에서 유사품을 내놓기도 한다.

한때 중소기업이 만든 보리음료 '맥콜' 이 선풍적 인기를 모으자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유사제품을 만들어 결국 시장 자체를 줄였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음료 대기업들은 보리음료나 주스나 청량음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들어오자 유사제품을 만들어 보리음료시장 죽이기에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또 2~3년전에는 비락 식혜 캔제품이 음료시장에 돌풍을 몰고오자 30여가지의 식혜제품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식혜시장이 연간 1조원 이상 규모로 불어나자 청량음료회사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식혜 때문에 청량음료와 주스 매출이 곤두박질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만든 캔 식혜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달아 식혜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자 식혜시장은 유사제품이 범람하면서 경쟁이 격화돼 후발업체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덤핑이 난무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최근에는 오뚜기와 동원산업이 '후레시 참치' 를 놓고 광고전까지 벌이는 등 신경전이 한창이다.

빙그레도 올여름 '더위사냥' 과 '오렌지팡' 이라는 빙과제품의 이름과 포장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더위팡' 이라는 제품이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덤핑공세를 하는 바람에 '냉가슴' 을 앓기도 했다.

해태제과 '맛동산' 이 히트하자 경쟁사가 '땅콩범벅' 을 내놓았는가 하면 바밤바.누가바는 밤바라밤.누크바라는 이름의 모방품이 쏟아졌다.

이쯤되자 관련회사끼리 설전 (舌戰) 도 날카롭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샴푸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광고 등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다" 며 "광고 한번 하지 않고 남의 이름에 편승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상대측을 비난했다.

이렇게 베끼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국내법의 경우 의장특허상 1백% 똑같지 않으면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는 허점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히트상품 베끼기는 견제와 구색맞추기 차원에서 있어 왔지만 이름이나 포장디자인을 조금씩 다르게 하는 것이 관례였다" 며 "그러나 IMF이후에는 이름과 포장까지 거의 유사하게 베끼는 사례가 늘고 있어 상도의상 문제가 있다" 고 지적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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