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년 초 한·미 FTA 비준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만난 사람=김정수 경제전문기자

“내년 초면 미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양국 간 공조가 한·미 FTA를 보다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하는 데 동력이 될 것이다.”

세계경제연구원(원장 남종현) 초청으로 ‘최근 세계경제 위기와 한·미 경제협력: 과제와 전망’이라는 특별강연 차 서울에 온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연구위원을 만나 2년 넘게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한·미 FTA에 관해 물어봤다.

한·미 FTA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보고서를 냈던 그는 통상대표부 등 미 행정부로 하여금 한·미 FTA 협상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위기 속에 한·미 경제협력이 전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데.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주요 경제 간의 정책공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대응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그 정책공조를 위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3국 공동의장국으로서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더 없이 중요해진 것이다. 오바마·이명박 두 대통령의 만남도 북핵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위기 극복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두고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채널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 G20 회원국 간의 다른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공조 속에서 더 긴밀해진 관계가 FTA 등 쌍무 간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겠는가.

“글로벌 차원에서 심화된 이런 양국 관계는 한·미 FTA가 거쳐 가야 할 미국 내 과정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지 몰라도, 한·미 FTA가 좀 더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여건을 조성할 것은 분명하다.”

-집권 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는 있지만, 한·미 FTA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미 국회 비준과 관련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금 미국은 모든 노력을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둘째, 글로벌 위기 때문에 자유무역이 기업 도산과 실업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또 현안인 의료보험 개혁이 이뤄지면 실업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가 약해져 한·미 FTA를 미 국회가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언제까지 한국이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인가.

“의료개혁, 기후변화 법안 등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FTA를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내년 초,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는 FTA가 국회에 상정돼 처리될 것이라는 게 희망이자 전망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한·미 FTA 비준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여건 변화도 있다. 첫째, 미국 경기침체로 FTA 체결 이후 한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둘째, 한·EU FTA가 추진되면서, 한·미 FTA를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서 미국 상품이 밀려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미국 안에 만들어지고 있다. EU에 앞서 한국 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 한·미 FTA 협상에 나서게 된 이유였는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셋째, ‘한·미 FTA를 둘러싼 경제적 마찰이 안보 등 더 포괄적이고 중요한 양국 간 관계를 저해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한·미 FTA의 타결이 더 긴요해졌다는 얘기다.”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할 때까지 우리는 손 놓고 있어야 하나.

“한국이 먼저 비준을 하면 합의 내용을 못 고치게 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미국 행정부는 ‘재협상은 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미 의회의 비준 절차나 속도를 바꿀 수는 없다. 한국이 국내 정치 여건을 감안해야 하듯이 미국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 FTA 안건을 다뤄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시킴으로써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한국 정치권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대처해 왔다고 본다.”

◆제프리 쇼트=국제통상 전문가로서 1983년부터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해 온 그는 프리스턴대와 조지타운대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무역 및 환경 정책 자문위원 겸 국무부의 국제통상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대와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에서 수학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