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부산판 수서비리-정치권 개입여부 조사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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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산 다대포.만덕동 택지개발 및 건축허가 과정은 91년 서울시의 수서비리 사건에 버금가는 문민정부 최대의 특혜비리 의혹 중 하나로 부산 시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특혜 의혹 대상지역이 17만3천여평으로 수서택지 (3만5천5백평) 의 5배에 이르는 데다 주택사업공제조합이라는 금융기관까지 관련돼 있다.

◇ 토지매매 과정의 의혹 = 동방주택 이영복 사장은 시의 용도전환 계획이 일반에 공개되는 도시재정비계획안 공람 발표 1년6개월여 전인 92년 말부터 다대포 (14만평).만덕동 (3만3천평) 의 자연녹지를 집중 매수했다.

특히 상당부분의 땅은 도시재정비계획안 공람 바로 전에 매입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사유는 산림경영이었다.

매입가격은 평당 평균 30만원 이하. 다대포.만덕동 택지개발을 반대하는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부장은 "도시계획정보가 사전에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부산시가 이영복씨 땅을 주거용지로 바꿔준 후 땅값이 뛰자 李씨는 만덕동 땅을 한국토지공사에 팔아넘겼다.

李씨는 매매가격이 1백37억원 (평당 41만여원) 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주변 시세를 감안할때 평당 1백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대포 땅값은 현재 평당 평균 1백50만원선이다.

◇ 택지개발 허가과정의 의혹 = 다대포.만덕동 임야는 임상이 양호한 평균 해발 1백m 이상 고지대로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택지개발을 반대해온 곳. 관할 구청인 사하구 (다대포) 와 북구 (만덕동) 도 시의 택지개발허가에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시는 李씨에게 택지개발을 허용함으로써 도시개발의 기본원칙인 공영개발원칙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시는 李씨 친척이 낸 진정서 하나를 근거로 만덕동 택지개발 허가계획 면적을 당초보다 3배 이상으로 늘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李씨는 친척이 진정서를 낸 뒤 그 땅을 사들여 자신 소유의 면적을 모두 주거용지로 용도전환받았다.

당시 도시계획과장이었던 이재오 건설안전관리본부장은 "용도전환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며 "고지대의 택지개발 허가는 택지가 부족한 시 사정상 불가피한 일이었고, 특정인의 매집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고 설명했다.

사하구의 한 관계자는 "시가 왜 택지개발을 허용했는지 모르겠다" 며 "허가권이 구에 있었다면 보이콧했을 것" 이라고 털어놨다.

◇ 건축허가 과정의 의혹 = 부산시의 건축허가 처리지침에 따르면 해발 50m 이상 고지대에서는 아파트 층수를 1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만덕동 李씨 땅의 경우 고도가 최고 2백m에 이르는데도 19층짜리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

다대포 사업부지의 경우 김해공항의 항공안전관리구역으로 해발 1백55m 이상의 건축을 제한하고 있다.

◇ 공제조합의 사업승인에 대한 의혹 = 동방주택은 96년말 현재 부채비율이 무려 7만7천%에 달하고 있다.

조합이 이런 기업의 소유주인 이영복씨와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고 막대한 사업비를 지출한 것은 의문이라는 것이 주택업계의 지적이다.

조합은 또 능력도 없는 이사회 (운영위가 의결기구임)에 사업안을 올려 6천억원이 넘는 사업을 통과시켰다.

◇ 당국의 방치 의혹 = 지난해 대선 전 청와대 특명반이 태황준 전 이사장 등 공제조합 관계자들을 소환해 특정 정치인의 다대포 사업 개입문제를 조사하다 중도에 그만둔 사실이 확인됐다.

太씨는 "특정정치인의 다대포사업 이권개입에 대해 집중 조사받았으며, 수사진은 다대포사업에서 정치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고 전했다.

공제조합은 96년 감사원으로부터 "사업의 수익성과 실현가능성을 재검토해 현실성이 없을 경우엔 사업을 중단시키고 투자비를 회수하라" 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해왔으며, 감독 관청인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감사에서야 겨우 예산집행 부적정을 이유로 기관경고의 경미한 조치를 내렸을

뿐이다.

중앙일보 기획취재팀 곽재원.임봉수.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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