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업들 감원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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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스프링.시트 등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D강업은 요즘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의 집단소송으로 애를 먹고 있다.

올초 종업원 5백명으로부터 일괄사직서를 받은 후 이중 60명을 해고했는데, 金모씨 등 12명이 얼마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 또 咸모씨 등 2명은 이와 별도로 소장에서 "부서장으로 하여금 사직서 미제출자 명단을 작성,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회사가 강제로 내보냈다" 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IMF체제 이후 명예.희망퇴직 등으로 인원감축에 나선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명퇴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외형은 자진 사직이지만 사실상 강제 퇴사' 라며 노동위원회.법원에 시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퇴직금을 둘러싼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회사 기밀을 빼내 다른 회사를 차려 경쟁에 나서는가 하면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위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법제실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분쟁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사 기밀을 빼낸 전 직원 등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미의 김재훈 (金載勳) 변호사는 "최근 법적 대응을 문의하는 명퇴자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 지난 한햇동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구제신청 건수는 5백96건. 그러나 올들어선 8월말까지 이미 8백39건이 접수돼 해고관련 분쟁이 두배이상 증가했다.

한 노동위 관계자는 "명예퇴직 권고를 거부하기 어렵자 이를 일단 수용한 후 구제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고 말했다.

서울지방법원에도 '해고 무효' 를 다투는 소송과 퇴직금 청구소송 등이 월 2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P은행 지점장으로 있다가 올초 명퇴한 梁모 (51) 씨는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대기.재택근무 등 인사.급여상의 불이익조치를 받기 싫어 명퇴를 신청했지만 내 뜻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효" 라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포항제철 경영연구소에 있다가 지난 6월 명퇴한 徐모씨도 "연구원의 능력이나 연구성과보다 배우자 소득 등을 기준으로 임의로 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잘못" 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 기밀 유출 = 전화기.휴대폰 등을 만드는 M전자는 최근 퇴직한 5명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빼내 회사를 세우고 비슷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려 하자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M전자 한 임원은 "입사때 회사를 그만두면 18개월 이내엔 비슷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놓은 게 있다" 며 "영업정지.손해배상청구 등의 대책을 강구중" 이라고 말했다.

또 기계.전자계통의 B사도 명퇴직원 한명이 동종회사를 세우고 직원모집에 나서자 부정경쟁방지법.형법상의 업무방해죄 등을 걸어 제지에 나설 방침. 한 화학회사는 퇴직한 직원이 회사 비리를 들먹이며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타협을 시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퇴직금 분쟁 = 회사가 명퇴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명퇴수당을 깎았다며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화 직원이던 成모씨 등 5명은 "97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명퇴신청을 받은 회사가 98년 1월 31일 사직처리하는 바람에 명예퇴직금이 줄었다" 며 1억5천2백만원의 명퇴금 추가지급 요구 소송을 냈다.

또 LG정밀에 근무했던 李모씨등 4명은 "LG정밀이 합병한 금성전기에 입사한 때부터 LG를 퇴직할 때까지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했어야 한다" 며 5천1백여만원의 추가퇴직금 지급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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