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천국'한강 밤섬 홍수뒤 '쓰레기 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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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일 오전10시쯤 서울 서강대교 북단 밤섬 하류쪽. 지난달 내린 폭우로 상류에서 떠내려온 비닐봉지.스티로폼 등이 섬을 뒤덮자 쓰레기에 보금자리를 뺏긴 철새 수백마리가 2백여m에 이르는 이곳 갯벌에 자리를 새로 잡았다.

겨울이면 2만여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들어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철새 천국' 밤섬이 불과 한달만에 '쓰레기 산' 으로 탈바꿈했다.

바지선을 타고 상륙한 섬 풍경은 그야말로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4만7천여평의 섬 대부분을 메우고 있는 들풀은 거센 물살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인지 잠자는 듯 모두 '누워' 있었으며 서너군데는 아예 풀이 다 뽑혀 물길로 변해버렸다.뿌리가 드러난 채 쓰러져 있는 나무들은 진흙으로 뒤범벅된 채 비닐.풀.옷가지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품고 있었다.

밤섬의 두 부분중 상류쪽인 윗섬은 쓰레기의 종류와 규모 면에서 아랫섬보다 심각했다.

나뭇가지 주변에는 침수가옥에서 떠내려온 가구.냉장고.장판 등이 얽혀있어 전기톱까지 동원됐으며 이곳저곳에 패인 웅덩이는 파헤칠수록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쓰레기 창고' 였다.

강물 밑 바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특전사에서는 지상청소를 위한 1백60여명의 부대원 외에 4대의 고무보트와 스킨스쿠버 요원 12명을 파견, 수중청소에 나섰으나 워낙 양이 많아 제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가 추산하고 있는 쓰레기 양은 마포구 1일 처리량과 맞먹는 5t트럭 90대 분. 시는 이날부터 5일까지 사업소 직원.환경미화원.공익근무요원.자원봉사자 등 매일 5백여명을 투입, 청소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뿌리째 뽑힌 큰 나무들은 한곳에 모아둔 채 그대로 놔둘 예정이어서 당분간 밤섬 위에서 '나무무덤' 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한편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인근 지역 부녀회.택시기사.회사원들은 대부분 밤섬행이 초행길이었으나 서울의 명물지역을 청소하러 간다는 뿌듯함에 다소 들뜬 모습을 보였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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