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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가수 자작곡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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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기 노래는 자기가 지어야 - ." 댄스가수들 사이에 자작곡 열풍이 거세다.

지난 5월 유승준이 작곡가 김형석과 '나나나' 를 공동작곡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자작곡 붐은 7월 젝스키스가 3집을 내며 멤버 은지원의 자작곡 2곡을 실은 것으로 이어졌고, 9월말 3집을 낼 H.O.T역시 자작곡으로 신보를 꾸미겠다고 예고하면서 절정을 맞고있다.

96년 2집에 자작곡 2곡 (김종국) 을 실은 터보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댄스가수들은 유영진.윤일상.주영훈등 인기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아 부른 게 관례였다.

이는 '싱어 송라이터 (가수가 작곡가를 겸하는 것)' 가 주축인 록.포크.발라드에 비해 댄스가 하위장르 취급을 받는 주 원인이 돼왔고, 댄스가수들 역시 제대로 된 음악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두장 이상 음반을 낸 이들 중견 댄스가수들의 자작곡 선언은 일단 '반짝가수' 에서 벗어나려는 자존심 전략으로 비친다.

그 이면에는 그룹해산후 홀로서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복선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O.T는 3집의 소개문구를 '첫 자작음반' 으로 할 것을 고려할만큼 자작곡에 의미를 두고있다.

모두 12곡의 수록곡중 강타와 문희준의 곡을 2곡씩, 나머지 3명의 곡을 하나씩 넣어 모두 7곡의 자작곡을 수록할 계획이다.

H.O.T의 소속사인 SM기획은 3집 타이틀곡으로 강타나 문희준의 자작곡을 미는 것을 신중 검토중이나 이들이 작곡가로는 초년병인 만큼 첫 타이틀곡은 H.O.T의 히트곡을 도맡아 작곡해온 유영진의 노래로 정해질 것이 유력시된다.

SM기획 정해익 대표는 "하지만 두번째 타이틀곡은 강타나 문희준 곡으로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가요계에서는 댄스가수들이 자작곡을 낸다는 사실보다는 자작곡의 '품질' 에 촛점을 맞춰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옛날 노래의 달콤한 부분만 얼마든지 따서 쓸 수 있는 샘플러.시퀀서등 기계가 발달한 요즘은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가요평단에서 댄스가수들의 자작곡을 제대로 인정하려하지 않는 것은 댄스가수 상당수가 컴퓨터와 편곡자의 도움을 얻어 작곡을 하고있다고 보기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관계자는 "컴퓨터 덕분에 일반인도 그럴 듯하게 작곡을 할 수 있는 지금 댄스가수들의 자작곡 선언이 '화제를 노린 홍보성 문구' 라는 혐의를 피하려면 곡 수준이 그들의 기존 발표곡과는 다른, 개성이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요계는 H.O.T의 신보에 주목하고 있다.

댄스가수를 대표하는 그룹인만큼 이들의 자작곡 품질이 댄스계의 작곡 수준을 증명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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