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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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16면

선동열

오는 25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이번 올스타전이 열리는 장소는 ‘빛고을’ 광주다. 광주에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는 건 1998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18>

‘한여름 밤의 고전(The mid summer classic)’ 올스타전은 그 유래도, 기본 정신도 승부가 아닌 화합이다. 누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스타인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최고의 기량을 지닌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게 취지다. 서로 흩어져 정규시즌을 벌이는 팀, 그 팀의 빛나는 별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메이저리그에서 33년 시작했다. 우리 프로야구도 그 정신을 가져왔다. 그래서 올스타전은 1년에 딱 한 번, 스타플레이어는 물론 프로야구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경쟁보다는 화합이 키워드가 되는 이유다.

지난 14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퓨처스게임(유망주들의 올스타전)에서 미국팀과 월드팀의 감독은 80년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지 스미스와 호세 아퀸도가 각각 맡았다. 그렇게 지역의 스타를 추억하고, 팀을 빛낸 별들을 통해 화합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게 올스타전이다.

광주는 90년대 후반까지 프로야구의 중심이었다. ‘전통의 명가’ 해태 타이거즈가 그곳에 있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아홉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V9’의 전통을 가진 팀이 현 KIA 타이거즈의 전신 해태다. 그 해태가 마지막 우승을 이룬 게 97년이고, 이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광주에서 열렸다. 그 이후 우승의 환호도, 올스타전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팀의 쇠락과 함께 그 해태를 상징했던 별들도 하나둘 광주를 떠났다. 선동열·이종범이 일본으로, 김응용이 삼성으로 갔다. 그리고 2001년 8월 해태는 사라지고 KIA가 태어났다. ‘광주의 팀’이 해태에서 KIA로 바뀌고 첫 별들의 축제다. 그래서 11년 만의 광주 올스타전은 의미가 있다.

떠났던 별들 가운데 이종범은 돌아와 KIA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선동열·김응용은 그렇지 않다. 해태의 붉은 유니폼이 마치 매일 입는 군복 같았던 그들이지만 이제 삼성의 푸른 유니폼이 더 익숙하다. 또 이번 올스타전에서 감독을 맡은 김인식(이스턴), 김성근(웨스턴) 감독 역시 한때 수석코치로, 2군 감독으로 해태의 전성기를 도왔던 인물이다. 김인식은 80년대 후반 수석코치로 선동열·이강철을 리드했고 김성근은 95년 2군에서 임창용·이호준을 프로답게 키워 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광주를 떠났지만 모두 광주의 프로야구와 인연을 갖고 있다. 광주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11년 만에 찾아온 올스타전은 떠났던 그들을 껴안아 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광주의 이름으로, 타이거즈의 이름으로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동열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보다는 ‘타이거즈의 영원한 에이스 선동열’로 소개되고, 그래서 선동열이 광주 그 마운드에 남긴 영광의 흔적을 팬들이 고마워하고, 서로가 자랑스러워 진하게 껴안을 수 있는 그런 자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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