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원두커피 만든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코카콜라가 이탈리아 일리 커피로부터 에스프레소 원액을 받아 만드는 ‘일리 이씨모’(사진上). 스포츠 의류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브와 생수 브랜드 페리에가 협업한 의류 제품中. 샘소나이트가 네델란드 디자이너 빅터 앤 롤프와 손잡고 선보인 여행가방.

지난 5월 출시된 캔커피 ‘일리 이씨모’. 76년 역사의 이탈리아 커피회사 일리의 로고가 담긴 이 제품의 제조사는 코카콜라다.

일리가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원액을 보내주면 코카콜라가 국내에서 음료 형태로 만들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다. 코카콜라로서는 커피 매니어들을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고, 일리는 코카콜라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기업이나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출시되는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의 사례들이다. ‘LG 프라다폰’, ‘제네시스 프라다’ 등 주로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명품 브랜드가 짝짓기를 해왔지만, 요즘은 식음료나 의류에서도 이런 제품이 쏟아진다.

코카콜라의 권정현 브랜드 매니저는 “물건을 고를 때 브랜드를 따지는 이른바 ‘가치 소비’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에서까지도 유명 브랜드끼리 손잡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음료 시장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전문 매장과는 별도로 수퍼마켓 등에서도 병이나 캔으로 포장된 커피를 팔기 위해 동서식품과 손을 잡았다.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는 콜래보노믹스를 통해 국가별 시장의 특성을 살리는 마케팅을 구사한다.

미국에서는 병 제품만 유통하지만, 일본·한국·중국·대만에선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캔 커피까지 만들어 판다. 스타벅스 더블샷 아메리카노 캔 커피가 대표적 예다. 스타벅스에 이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2위인 할리스커피는 이에 맞서 웅진식품과 손잡고 ‘커피온 바바’ 제품을 만들었다.

콜래보노믹스 상품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제휴하거나 유명 디자이너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에게 손쉽게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가방 전문업체 샘소나이트는 지난 3월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이너 ‘빅터 앤 롤프’와 협업한 여행가방 라인을 내놨다. 기존 여행가방처럼 네모난 형태를 탈피해 다자이너 특유의 느낌을 살렸다. 기존 가방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량 되지만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들여온 일부 상품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스포츠 의류브랜드인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4월 생수 브랜드 ‘페리에’의 병 디자인을 넣은 의류를 선보였다.

5월에는 위스키 시바스 리갈이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과 공동 작업을 통해 18년산 특별 에디션을 내놨다. 국내에 30병만 들여온 이 제품은 신세계백화점에서 하루 만에 다 팔렸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담당 장재영 상무는 “가전제품이나 패션에서 식품으로까지 퍼지고 있는 콜래보노믹스 마케팅은 신상품 출시 때 적은 비용으로도 상품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업 간 장점을 합친 시너지 효과는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콜래보노믹스=협력을 뜻하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말. ‘1+1=2’가 아니라 3이나 4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생의 경제학’을 뜻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