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돌풍, 시속 32㎞ 아일랜드 해풍 불자 잠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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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이 2라운드 5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턴베리 AP=연합뉴스]

바람의 신이 깨어났다.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에일사 코스(파70·7204). 당시 닉 프라이스(남아공)에게 12언더파 우승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긴 골프장 측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전장을 늘리고 벙커를 추가하는 등 난이도를 높였다.

하지만 전날 바람이 불지 않자 평범한 코스로 전락했다.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50명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틀째 아일랜드해에서 시속 32㎞의 해풍이 불어오자 코스는 온순한 양에서 점차 괴물로 변해갔다. 더 이상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전날까지 무용지물이었던 그린 옆 항아리 벙커는 바람을 타고 오는 볼을 집어삼켰다. 바람을 무시한 선수에겐 깊은 러프가 용서하지 않았다.

유럽 무대에서 15승을 기록한 베테랑 미겔 앙헬 히메네스(45·스페인). 첫날 관록을 앞세워 6언더파 선두로 출발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강한 바람에 굴복하며 선두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전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았던 그는 17일(한국시간) 계속된 대회 2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 3언더파로 내려앉았다<오후 11시40분 현재>. 전날 페어웨이 적중률 85%를 자랑했던 정교한 드라이브 샷은 바람에 흔들리며 57.1%로 떨어지면서 자주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첫날 정교한 아이언샷을 앞세워 1언더파를 기록, 대회 3연패 도전에 나섰던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5타를 잃으며 중간합계 4오버파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전날 5언더파를 치며 노(老)풍의 중심에 섰던 톰 웟슨(60·미국)은 7번 홀까지 4타를 잃으며 주춤거렸다. 1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보기를 5개나 범하며 부진했다. 앤서니 김과 최경주(나이키골프)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나란히 중간합계 6오버파로 컷 오프를 걱정하게 됐다. 스티브 마리노(미국)는 2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5언더파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타이거 우즈(미국·1오버파)와 함께 출발한 일본의 신예 이시카와 료(18·2언더파),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2언더파)는 4번 홀까지 파 행진을 펼치며 순항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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