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드럼 치고 춤추면 심신 맑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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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원광대 도예과의 정동훈(54) 교수는 매년 여름 장애아 및 소년 소녀가장들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올해로 3년째다. 사랑나눔캠프'란 행사를 통해 이들과 1주일 간 합숙하며 '예술 치료'를 하는 것이다. 올해 행사는 오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전북 익산 원광대 캠퍼스에서 열린다. 자폐아 등 장애아 120명과 소년 소녀가장 100명이 대상이다. 보호자와 예술치료사.자원봉사자까지 합치면 60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예술치료란 음악.미술 등 예술 활동을 통해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치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팔이 불편하지만 드럼 연주를 좋아한다면 스스로 드럼을 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팔 동작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이죠."

사랑나눔캠프는 1회 때는 정 교수가 정부와 원광대의 지원을 받아 열었고, 2회 때부터는 SK텔레콤이 후원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음악.미술.무용.재즈댄스.국악 등 34개 반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참가하는 장애아는 3~7세 유아로 국한했습니다. 어릴 적에 해야 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소년 소녀가장들에게도 예술치료는 효과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 정서적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선 예술치료가 이미 보편화돼 있다. 미국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상이군인 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실시했다. 도예가 전공인 정 교수가 예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집에서 도예작업을 하는데 중풍으로 오른손을 거의 못 쓰는 모친이 흙 만지기에 재미를 느끼시더군요. 도자기 빚는 흙을 드렸더니 무언가 만들어 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손의 기능이 좋아졌습니다."

정 교수는 97년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 1년간 방문교수로 가서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귀국, 대학 측을 설득해 99년에 예술치료학과를 개설했다. 그는 현재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주임교수도 겸하고 있다. 2000년에는 예술치료학회도 설립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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