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오심'시비에 멍드는 프로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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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심판의 감정을 앞세운 판정이 그나마 프로야구를 찾는 야구팬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26일 대구 현대 - 삼성전. 현재 팀순위 1, 2위간의 대결로 '예비 한국시리즈' 로 불릴 만큼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게다가 다승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민태 (현대.13승) 와 베이커 (삼성.15승)가 선발투수로 예고된 데다 이승엽 (삼성) 의 홈런 신기록 행진까지 맞물려 일찌감치 관중들이 대구구장 스탠드를 빼곡이 메웠다.

그리고 이날 프로축구 경기장에는 지난주말 10만 관중에 이어 평일인데도 9만여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날 삼성 - 현대의 프로야구 경기는 '과연 이런 식으로 하다 프로야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드는'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1회초 베이커는 현대의 선두타자 전준호가 포수의 미트를 훔쳐보며 자신의 투구내용을 파악한다며 김준표 주심에게 항의한 뒤 빈볼성 데드볼을 던졌다.

이에 4심은 합의 끝에 베이커에게 경고를 주었다.

2회초 스코트 쿨바의 타석에서 베이커는 주심에게 두차례나 볼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몸짓을 보였다.

이후 싹쓸이 2루타를 내준 뒤 심판에게 "당신은 스트라이크를 세 개나 놓쳤다" 고 대들다 퇴장당했다.

이날 주심은 지난 2일 쌍방울 - LG전에서 김성현과 이홍범코치를 퇴장시킨 장본인이다.

묘하게도 그가 속한 심판조는 6월 14일 LG - OB전에서 OB의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를 퇴장시켰다.

7월 26일 쌍방울 - 현대전에서는 쌍방울 김원형을 퇴장시켰고 김경기 (현대) 의 주루플레이때 3루에서 오심에 가까운 판정을 내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모두 퇴장당하는 동안 이들은 단 한건의 징계도 받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이미 존경을 잃은 일부 심판들. 이들 때문에 '위기의 프로야구' 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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