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조세저항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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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수 (稅收) 부족으로 당국의 징세활동이 강화되자 납세자들의 '조세저항' 도 커지고 있다.

세무당국으로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징세행정을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소득감소로 허덕이는 납세자들은 "억울하다" 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조세불복 절차가 지난 3월부터 4심제에서 5심제로 바뀌는 바람에 비용과 시간이 더 들게 돼 있어 납세자들이 이중고 (二重苦) 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 급증하는 조세불복 = 납세자들이 부과된 세금을 못내겠다며 올 상반기중 국세심판소에 심판을 청구한 경우가 1천5백94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1.3% (1백62건) 늘어난 것이다.

양도소득세에 대한 불복이 40%로 가장 많고 상속.증여세가 20% 정도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하반기에 징세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있어 심판청구 건수는 연말까지 4천건을 넘을 것 같다" 고 내다봤다.

◇ 왜 늘어나나 = 올 세수부족 규모가 무려 7조8천억원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무조사가 강화되고 세금부과도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무당국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주로 조이고 있다.

최근 확정된 올 소득세 징수목표는 17조2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4천억원 늘어났으며 법인세 목표도 9조1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불과 3천억원 못 미치는 액수다.

소득세는 이자소득세 인상요인과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가 감안됐다지만 감원.감봉시대에 '의욕적으로' 크게 늘려 잡은 것이다.

법인세 또한 기업부도가 속출하고 적자기업이 많은 데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걷기로 함으로써 세무조사가 얼마나 강도 높게 진행되는지를 짐작케 한다.

◇ 조세불복 절차가 번거롭다 = 지난 3월부터 4심제 (심사청구→심판청구→고등법원→대법원)가 5심제 (심사청구→심판청구→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로 바뀌었다.

규제완화와 절차간소화 시대인데 조세불복 절차는 오히려 지방법원급인 행정법원이 새로 들어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은 최종결정까지 반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리고 행정법원 소송을 위해 수임료.인지대 등을 더 물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세무당국에서 구제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심판청구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행정법원을 거치는 게 권익을 보호받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세무당국은 국세청과 국세심판소에서 사실확인을 충분히 거쳤으므로 바로 고등법원으로 가는 게 납세자의 부담을 던다고 반박하고 있다.

심사청구때 20%, 심판청구때 30% 이상이 각각 구제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든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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