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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가족 연루 … 어디서 본 듯한 천성관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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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안팎에서는 그를 둘러싼 의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과 ‘닮은꼴’이었기 때문에 그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재산 검증과정에서 부동산과 가족 관련 의혹은 항상 등장하는 사안인데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묘하게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 오버랩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의혹의 출발점은 박연차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써 준 15억원짜리 차용증이었다. 이어 100만 달러 의혹과 미국에서 구입한 부동산이 문제가 됐다. 천 후보자 의혹도 부동산과 이에 따른 빚에서 촉발됐다. 그가 3월 서울 신사동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진 23억원대의 빚 중에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써 준 8억원짜리 차용증이 있었다. 여기다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박씨와의 해외 골프 의혹, 부인과 아들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가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린 것과 비슷했다. 천 후보자 부인의 면세점 명품 쇼핑과 고급 승용차 리스 의혹은 권양숙 여사가 받은 1억원짜리 시계 선물을 연상시켰다. 아들의 위장 전입 의혹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노건호씨의 투자 회사 의혹과 겹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로 주장했던 포괄적 뇌물과 천 후보자의 의혹은 무엇이 다르냐”고 공세를 폈다.

◆전직 고검장급들이 총장 후보=대검 관계자는 “최대 위기에 빠진 검찰의 안정과 개혁을 이끌어 줄 사람이 총장 후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산 형성과정 등에 문제가 없는 청렴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의견이다. 천 후보자 후배 기수가 총장 후보자가 될 경우 조직이 지나치게 연소화될 우려가 있어 ‘외부 수혈론’이 나오고 있다.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으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퇴임하자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이명재 변호사를 총장으로 기용한 사례가 있다. 후임으로는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56·사법시험 20회), 문성우 전 대검차장(53·21회),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58·22회)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명동성(56·20회) 전 법무연수원장과 문효남(54·21회) 전 부산고검장, 이준보(56·21회) 전 대구고검장 외에 지난 1월 인사에서 검찰을 떠난 김태현(54·20회) 전 법무연수원장과 박영수(57·20회) 전 서울고검장의 이름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가 당초의 파격 인사 취지를 살려 조직 내부의 검사장급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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