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장에서 헛도는 일자리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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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6월 취업자 수가 7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희망 근로 프로젝트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집행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6월 공공부문의 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8000명 증가했다. 지난달부터 ‘희망근로프로젝트’ ‘청년인턴제 확대’ 등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효과가 통계로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통해 6월부터 연말까지 40만 개의 공공근로 일자리를 마련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통계 신기루에 사로잡혀 환호할 때는 아니다. 현장에 가보면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얼마나 헛도는지 알 수 있다. 6개월간 임시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의 경우 절반 이상이 60~70대의 고령자와 가정주부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작 주요 대상인 휴·폐업 자영업자와 차상위계층 실직자, 청년 실업자는 10% 선에 불과하다. 하는 일도 기존의 공공근로와 겹치면서 풀 뽑기나 휴지 줍기, 청소 등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희망 근로’ 조끼를 입거나 임금의 30~50%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나는 가난하다”고 선전하는 것 같아 불과 1주일 만에 1만여 명이 희망근로를 포기했다.

그동안 우려해온 구축(驅逐)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한 일자리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80만원 선이다. 그래도 워낙 한가한 작업을 맡기다 보니 힘든 직종에 종사하던 취약계층 일용직 근로자들이 공공 일자리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현장이나 농번기를 맞은 농촌에선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최근 주요 도시의 자원봉사단체들이 공공근로와 희망근로로 인한 인력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부랴부랴 농촌일손돕기 조직을 만들어 현지에 파견할 정도다. 이런 혼선을 차단하지 못하면 결국 재정만 낭비하고 정책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이른바 ‘사중(dead weight) 손실’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제는 서둘러 진행해온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할 때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주먹구구로 참가 희망자를 할당하는 방식은 바꿔야 한다. 단순 작업 대신 노인장기요양이나 영유아 보육 등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사회서비스 부문에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중에 보다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6월 고용통계에서 정부가 긴장해야 할 대목은 실업자가 98만9000여 명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3%대로 세계적인 고용선진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착시현상은 우리나라에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민간부문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까지 정부는 온 힘을 다해 일자리 대책의 혼선을 줄이고 실효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