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앞서라 … 건설업계, 기술·디자인·친환경 ‘첨단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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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화두는 ‘신기술’

삼성건설은 지난달 최고 200㎫(메가파스칼)급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지상 1㎞까지 압송(쏘아 올리는 것)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콘크리트 압송 최고 기록은 삼성건설이 버즈 두바이 현장에서 압송한 601.7m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이번 기술 개발로 1㎞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데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최근 고강도 콘크리트를 지상 200m까지 쏘아올리는 신기술 공법을 인천 송도국제도시 공사에 적용, 공기와 시공비를 대폭 절감하고 있다.

세계 건설시장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터널 부문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SK건설은 수펙스 컷(Supex-Cut)이라는 터널 발파 공법으로 세계 터널 시공 현장을 누비고 있다. 수펙스 컷 공법은 기존 발파 공법보다 진동·분진 등을 대폭 줄인 신공법으로 터널 및 지하공간 시공에 있어 경제성과 안정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로 SK건설이 지난해 터키에서 해저터널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올 4월 인도에서 국영석유비축시설 공사를 따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짓고 있는 지상 57층, 3개 동 규모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높이’가 아닌 ‘기울기’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꼽힌 이 호텔 공사는 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기울어지게 올려 23층 높이에서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시장 새 트렌드 ‘그린홈’

친환경·저에너지 건축 기술 개발과 단지 조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침체한 주택 건설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대림산업은 2012년까지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이는 ‘에코 3리터 하우스(ECO-3L House)’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에코-3L 하우스는 태양광·풍력·지열 시스템을 집약해 ㎡당 연간 3L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파트다. 여기에 3중 유리·수퍼단열재·폐열회수형 환기시스템 등의 신기술을 접목시켜 최대 8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 김종인 사장은 “앞으로는 브랜드보다 녹색기술 보유 여부가 건설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9월 그린에너지 기술을 모두 집약한 에너지제로 주택 모델인 ‘그린 투모로우’를 선보인다. 그린 투모로우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존 건축물 대비 60%까지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설계된 주택이다.

대우건설은 조력이나 축산 분뇨 바이오가스 같은 그린에너지원을 활용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조력발전소를 시공 중이고 인천시와 함께 강화조력발전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또 축산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을 경기도 이천에서 시험 가동 중이다.

톡톡 튀는 디자인 개발 활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건설업체도 적지 않다.

GS건설은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방음벽 시스템 ‘자이픽스월’ ▶조명과 음향기기가 일체화된 욕실 감성 조명 ‘라이트튠’ ▶조명 카메라 비상벨 램프 스피커가 내장된 옥외가로등 ‘픽스온’ 등 디자인을 특화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 3개 디자인은 지난달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작품상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8월 말 분양 예정인 수원시 권선동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 ‘더블하이트 하우스(Double height House)’를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더블하이트 하우스는 같은 가구 안에서도 천장 높이를 달리해 조성하는 3차원적 평면이다.

주방과 방 등의 천장 높이는 일반 아파트와 같은 수준이지만 거실과 식당의 천장 높이는 펜트하우스 등 최상층 가구에서만 볼 수 있었던 2개 층 높이 5m 이상으로 지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브랜드보다 첨단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 능력 보유 여부가 건설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기술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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