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어디로 가나]하. 한국,이렇게 대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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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러시아 모라토리엄 (지불유예) 선언으로 한국도 궁지에 몰리게 됐다.

물린 돈이 30억달러에 달하는데다 덩달아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사태를 교훈삼으면 약이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러시아사태는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홀로 서기' 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러시아처럼 개혁이 늦춰지면 우리도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으며,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적자가 불가피하지만 러시아처럼 방만하게 끌고가다가는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러시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력해야 할 부문은 크게 일곱가지다.

첫째,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는 것이다. 물론 현재 비용이 비싸게 치이지만 당분간은 비용을 따질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현재 가용 외환보유고가 4백1억달러이므로 IMF가 연말 목표로 요구한 4백10억달러를 거의 채웠지만 가능하면 5백억달러를 넘길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둘째, 외채 특히 단기외채를 줄여야 한다. 단기외채는 상황이 나빠지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돈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총외채는 1천5백38억달러고, 단기외채는 24.9%인 3백83억달러다.

한때 비중이 60%를 넘던 단기외채가 연초 뉴욕 외채협상에 힘입어 상당히 줄기는 했지만 더 줄여야 한다는 것. 셋째, 원화환율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지난해 무리하게 방어하다 결국 원화환율이 폭등하고 외환위기가 닥쳤다.

원화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돈을 충분히 푸는 방식으로 엔화 약세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넷째, 수출을 늘려야 한다. 수출이 침체경제의 활로인 것은 물론 달러가 들어옴으로써 외환방어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보다 적극적인 수출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대외신인도는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는 것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이 외국자본에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인식돼야 한다.

여섯째, 공공부문 개혁을 차질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러시아의 경우 개혁을 미룬 채 세금 증액과 국공채 발행으로 적자재정을 메워나간 것이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

우리도 재정적자를 늘리기에 앞서 예산부터 최대한 쥐어짜는 게 순서다.

일곱째, 대외홍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외환보유고가 넉넉해 안전하고 외국인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금융외교에는 정부뿐 아니라 외국과 친분이 두터운 기업.정계인사 등도 나서야 한다.

다른 개도국과 다르다는 점을 설득시키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외국자본이 몰려오면서 전화위복 (轉禍爲福) 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개도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성급한 외교' 는 삼가야 하며, 국내에서 노사분규 등 불안요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고현곤.신예리 기자

◇도움말 주신분 = 김준일 (金俊逸) 재정경제부 자문관.심상달 (沈相達)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왕윤종 (王允鍾)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경태 (李景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정덕구 (鄭德龜) 재정경제부차관.조달호 (曺達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공필 (崔公弼).차백인 (車白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상춘 (韓相春)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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