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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티베트와 위구르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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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최근의 소요 사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터키어를 사용하는 무슬림 소수 민족 위구르인을 가차 없이 탄압해 온 걸 생각하면 말이다. 공산당의 언론 통제 정책으로 인해 애초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가 어떻게 격렬한 폭동으로 변질됐는지 파악하기란 어렵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대외적인 선전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사태를 지난해 티베트 소요와 비교해 보자. 당시 티베트 승려들에 의한 평화적 시위를 중국 당국이 무력으로 진압하며 사태가 확산됐었다. 티베트인과 위구르인은 모두 고유 종교와 언어에 대한 탄압을 겪었다. 두 민족의 정체성 주장을 중국 정부는 ‘체제 전복 기도’라고 몰아붙였고 더 강한 탄압 정책을 펴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티베트인들와 달리 위구르인들은 민족 고유의 자치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원하는 미국 정책으로부터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장 지역을 빼곤 미국은 중국 내 소수민족들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티베트를 도왔고, 현재까지 티베트 망명 정부와 달라이 라마를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 정부와 방위조약을 맺었으며 비공식적인 외교 상대로 인정받고 있다. 홍콩 역시 미국으로부터 이런저런 지원을 받는다. 완벽하진 않아도 이 같은 정책은 소수민족의 자치권, 민주주의, 종교적 자유, 문화적 정체성 등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의회의 양당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위구르인에 대한 지원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중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공조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을 악용했다. 무슬림 전반에 대한 미국의 의심도 한몫했다. 미 국무부는 위구르 독립운동 단체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해 전문가와 인권운동가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미국인들에겐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20여 명의 위구르인이 위구르 전체를 대변하는 이미지가 됐다. 수감자 대부분이 2003년 석방됐음에도 불구하고 손상된 위구르인의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테러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여기는 미국의 정책이 위구르인 지원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위구르인의 민족운동은 지식인들이 주도했고 비종교적인 성격을 띤다. 이라크 등 다른 무슬림 국가와 마찬가지로 위구르에서 민주적이고 비종교적인 정치운동을 육성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어서 미미한 수준의 지원이 시작되긴 했다.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위구르 독립운동가인 레비야 카디르의 석방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미국 의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은 중국 정부의 탄압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위구르 인권 수호운동을 돕고 있다. ‘자유 아시아 라디오(Radio Free Asia)’가 하루 한 시간씩 위구르어 방송을 내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

위구르 사태의 본질은 급진 이슬람 세력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탄압이 아니다. 미국은 민주적이고 비종교적인 활동을 펼쳐가는 위구르인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엘렌 보크 미국 해외정책연구소(FPI) 민주주의·인권 담당관
정리=이에스더 기자,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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