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관련 전문가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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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수해때마다 되풀이되는 인재.천재의 논란은 올 홍수에도 예외는 아니다.

피해를 키우는 근본원인을 알면서도 매번 똑 같은 피해가 되풀이된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진단한다.

趙 = 우선 설계기준이 경직돼 있습니다.

기상이변.환경오염에 따라 강우강도가 달라지고 또 같은 빈도라도 홍수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시화로 길이 포장되면 유출률이 높아지고 홍수도달거리도 짧아집니다.

당연히 설계기준을 높여야 하는데 아직 옛날 그대로지요. 실무자도 문제라는걸 알지만 설계기준을 높이지 못합니다.

어이없게도 감사때문입니다.

'설계기준 = 감사원 기준' 인 셈이지요.

陰 = 하수처리장도 소형으로 여러 곳에 해야 하수관망을 짧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방향입니까.

趙 = 수로 확보가 가장 시급합니다.

동부간선도로는 물론 하천 복개시설도 걷어내고, 특히 정릉천 복개구간 2.4㎞는 6개차선중 가운데 2개차선을 걷어낼 것을 서울시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陰 = 홍수통제를 행정직 공무원이 상식선에서 운영한다는데.

金 = 그렇죠.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합니다.

아무리 대안을 내놓아도 추진할 사람이 없습니다.

趙 = 건설교통부의 경우 하천국이 없어졌고, 심의관이 담당합니다.

치수전문가는 다 나간 셈이지요.

陰 = 도로를 개설하려면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하는데 수해.하천영향평가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재해위험지구는 왜 한 곳도 지정되지 못했나요.

趙 = 지정하면 아마 구청장이 쫓겨날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이 있으면 음지 (陰地) 라고 봅니다.

멀쩡한 지역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면 음양원리와 결부시켜 건강 걱정을 하고,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陰 = 시민의 안전불감증도 문제가 되겠군요. 6백년전 서울은 10만명규모의 도시로 설계됐습니다.

요즘 1천만이 넘게 살면서 고층화.고밀도화만 했지 수방개념은 부족한 게 아닙니까.

趙 = 우리나라는 특히 인구이동이 많습니다.

지역.지형 특성을 잘 모르는 곳에 살지요. 이번 지리산폭우 피해자를 보면 사망자중 한명을 빼고는 모두 지리산을 잘 모르는 타지역 사람이었습니다.

金 = 지리산의 경우 이번처럼 큰 피해를 입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당국의 홍보부족, 시민의 안전불감증으로 필요 이상 비싼 대가를 치렀지요.

趙 = 지리산 관련 지자체는 전북 남원시, 전남구례군, 경남산청.함안군 등이 있습니다.

국장.계장들은 "요즘 우리는 아주 편합니다" 라고 하더군요. 민원인이 실무자는 안 만나고 군수.시장을 직접 찾는 답니다.

金 =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시민 스스로 대비하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습니다.

陰 = 구난.방재시스템 통합은 바람직합니까.

趙 = 행자부내에만 상황실이 3개나 운영되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재난관리에 대한 통합개념이 없었습니다.

陰 = 뭐가 걸림돌입니까.

趙 = 사람, 부처이기주의때문이지요. 서로 다른 부처로 업무를 안뺏기려, 또 안가려 난리입니다.

陰 = 수방시설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金 = 이번 기회에 수방시설 전반을 점검.평가했으면 합니다.

물론 한꺼번에 모두 하기에는 예산부담이 클 것이고, 우선은 평가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陰 = 홍수 예.경보, 관측시스템은 어떻습니까.

金 = 현 홍수 예.경보시스템은 본류만 돼 있고, 중소하천은 구축중입니다.

지류는 무방비상태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이번 폭우에 대한 대응은 비교적 잘했다고 해야지요. 시스템을 중류.지류로 확장해야 합니다.

陰 = 기술분야 협력문제는 어떤가요.

趙 = 사실 '엔지니어링 코디네이터' (기술전반의 조정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술자들이 따로 논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金 = 같은 기술자들 끼리도 분야간 협력이 쉽지 않습니다.

하천.도로.교량 등 기술분야를 조정.관리한후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현재는 기술을 총괄하는 일을 행정가가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조직개편때마다 기술자 자리가 줄고 있습니다.

문제를 공학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처리하면 위급한 상황에서는 절대 먹혀들지 않습니다.

趙 = 교육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전문성만 중시하고 조절.조정하는 데는 인색하지요.

정리 = 장세정 기자

조원철 = 연세대 교수.국립방재연구소장

김 승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장

음성직 = 중앙일보 전문위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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