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파리의 실락원' 중년의 광기어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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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화 '파리의 실락원' 의 원제는 "섹스 후, 동물은 슬프다' 다.

'파리의 실락원' 이란 제목이 일본의 에로영화 '실락원' 에 기댄 배급사의 상업적 계산을 암시한다면, 원제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주연을 맡은 브리짓 리앙은 주름진 얼굴로 열정에 빠져 몸부림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까지 맡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감상포인트다.

디안 (브리짓 리앙) 은 출판사 편집장이자 변호사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다.

일 때문에 작가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20대의 남자 에밀리오 (보리스 테랄) 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에밀리오와의 결별으로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겪게 된다.

브리짓 리앙은 광기에 가까운 사랑을 다루면서도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채 그 고통을 관조하는 시각을 유지했다.

먼지투성이가 된 집안에서 술병을 껴안고 뒹굴던 디안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잡아당기며 "주름투성이야"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담담하게 포착해낸다.

나이 마흔이 넘은 극중 디안의 사랑을 향한 용기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시나리오를 써놓고 제작비 조달이 어렵자 스스로 제작사를 차려 준비 6년만에 영화를 완성해낸 실제의 브리짓 루앙이다.

22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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