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팻말 들고 교실 순회하는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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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부임한 천안중학교 안홍렬 교장(60·사진)은 ‘1인 시위하는 교장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이 가장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이용해 손 팻말을 들고 급식실을 순회한다. 요즘은 ‘기말고사 필승작전’을 주제로 손 팻말을 제작했다. 손 팻말 속 말들도 아이들의 눈을 끌 수 있도록 ‘공부와 싸워서 이기기’, ‘시험은 내 친구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등 짧지만 재미있게 적었다. 부임 이후 학교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손 팻말을 들고 학생들 앞에 나선 안 교장은 누구보다 아이들 곁에 있다.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애정으로 천안중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10년 만에 돌아와 본 천안중은 어땠나.

"90년대 초 4년간 평교사로 천안중에 재직했었다. 다시 돌아와보니 옛날 천안중이 아니었다. 천안 서부지역 학교와의 학력 차이도 컸고 생활지도나 학습지도가 복합적으로 문제였다. 학업성취도에서는 많게는 두 자릿수 차이를 보이는 과목도 있었다. 그때부터 전 교직원이 방과후 학교프로그램도 개선하고 아이들의 학력증진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프로그램 특성이 학생 스스로 계획하는 것이다. 효과는.

“단순히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에도 2명의 교사가 교과별로 멘토링을 진행하며 학습 관리를 지원한다. 주입식 학습이 온종일 이뤄지다 보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학생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지식습득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공부하는 이유를 스스로 설정하고 학습하는 진정한 학습자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스터디그룹 ‘공부사랑동아리’를 조직해 Peer Teaching(같은 학년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방식) 활동,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가 정착기에 들어섰다. 뿌듯했던 순간은.

“자기주도적 학습시간에 학생들이 책이나 문제집을 들고 와 질문을 하는 양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라고 웃으며 하소연을 할 정도다.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와 관계가 깊어졌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철부지라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공부동아리를 만들어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공부캠프’ 준비는.

“공부방법 특강은 현재 ‘공신카페’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또는 학습심리 전문가를 섭외해 특강을 준비 중이다. 꾸준한 학습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학습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보고 특강을 통해 진로와 관련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다. 요즘같이 먹고 사는 게 빠듯한 이때 학교가 나서서 학생들을 보살피고 지원해야 한다. 방학 때 학부모가 믿고 맡길 든든한 울타리역할을 하려 한다.”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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