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사 흉작 우려…잦은 비로 결실기 일조량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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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월들어 집중 호우로 일조량이 부족한데다 일부 지역에 저온 현상까지 겹쳐 올 농산물 작황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월은 벼 이삭이 패고 과일의 당도와 채소의 생육이 결정되는 시기인데 날씨가 계속 좋지 않고 병충해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상과 호우 피해 상황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흉작을 기록했던 95년과 비슷하다.

더구나 중국 양쯔 (揚子) 강 범람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 생산량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곡물 수급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부산.대구.광주.전주 등 전국 10개 지역의 올 평균 일조량 (1월1일~8월10일) 이 평년 (1천3백57.2시간) 보다 1백49.4시간이나 적은 1천2백7. 8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0년간 평균 일조량보다 12.2%가 모자란 것. 특히 여름철 (6월1일~8월10일) 일조량이 3백19.9시간으로 평년 (4백15.7시간) 의 77%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한창 이삭이 패는 시기인 벼농사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벼 농사의 경우 침수 면적이 크게 늘어난데다 일조시간 감소, 병충해 증가 등 세가지 악재로 흉작이 예상된다. 농림부에 따르면 13일 현재 벼 논의 침수 면적이 6만6천㏊로 최근 10년사이 가장 심각한 흉년을 기록했던 95년 (8만1천6백73㏊)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0%인 1만3천㏊가 하루 넘게 물에 잠겼다.

벼의 경우 하루 넘게 침수되면 생산량이 20% 정도 줄어든다.

병충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벼멸구 발생 면적은 6만8천5백60㏊로 지난해의 5.8배, 예년 평균치의 배에 이르고 있다.

농림부는 현재의 쌀 재고 7백50만섬은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의 비축 권장량 (5백50만~5백80만섬) 을 웃도는 수준이라서 단기적인 쌀 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한국에서 먹는 단.중립종 쌀의 경우 국제 교역량이 연간 2백만t에 불과해 국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할 경우 쌀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재찬.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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