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에보상 책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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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포스코가 일제 강점기 때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줄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5민사부(황한식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진상규명 시민연대’ 회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1965년 한·일 협정 결과로 받은 유·무상 청구권자금 5억 달러 가운데 1억1950만 달러가 68년 4월 포스코(구 포항제철) 설립 과정에 사용됐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은 포스코가 청구권 자금을 쓰는 바람에 자신들의 법익이 침해되는 것을 포스코 측이 방조·조장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청구권 자금 전액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돈 중 일부를 투자받아 사용한 것”이라며 “청구권 자금이 원고에게 가는 것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포스코가 신일본제철과 기술 제휴를 한 것은 기업 생존을 유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며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의해 강제 동원된 원고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할 법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스코의 설립 경위와 사회윤리적 책임 등에 비춰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소송 원고단과 관련 시민단체는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일제 피해자들의 눈물과 피의 값으로 설립된 기업”이라며 “매출액의 1%를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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