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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중계보다 ‘대안’보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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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7일 새벽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출근할 무렵에는 장대비로 바뀌었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바라보니 부산의 도로 곳곳이 침수돼 차량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건물 지하실의 물을 퍼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철도가 유실돼 열차운행이 지연된다는 소식도 들렸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의 모습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조선시대 세종 8년에 공조(工曹)소속으로 생겼던 ‘수성금화도감(修城禁火都監)’이라는 부서가 있었다. 화재를 ‘금’하며, 하천을 소통시키고 길과 다리를 수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이렇듯 그 옛날에도 물의 흐름을 중요시하면서 평소 물난리에 대비하였던 것이다.

올해 처음 물난리를 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중 중앙일보 7월 8일자 ‘하늘이 구멍 난 듯… 부산 하루에 300㎜ 넘는 물폭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됐다. 물에 잠긴 차량을 경찰과 119구조대원들이 밧줄로 끌어내는 커다란 사진이 실려 있었다. 장마전선이 고기압에 막혀 북상하지 못하고 심술을 부린 결과가 장대비의 원인이었다는 해설기사도 보였다. 하지만 그날 일어난 소동과 피해만 보도하는 현장중계뿐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물난리를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대안은 빠져 있었다.

기상청의 부실한 예보, 도로의 물 고임을 방치하는 배수 시스템의 허점, 배수로의 비과학적 건설 등 재난대응체제의 총체적인 문제점까지 지적했어야 했다. 획기적인 재난대응 체제 구축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곁들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처럼 깊이 있는 수해기사를 자주 다룬다면 언젠가는 물난리 기사를 볼 수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12일에도 여러 곳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피해 보도보다, 대책을 잘 세워서 피해를 막았다는 기사를 보고 싶다.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언론에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그 해결을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재난은 자연이 낸다고 하더라도, 예방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배익수 교수 부산경상대학 소방안전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