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학생등 제주 한림 어촌마을 전통살려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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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긴 안목없는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해 온 나라가 상처투성이다.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풍광을 지닌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 전통이나 어떤 장소적 특성도 찾아볼 수 없는 상자곽 건물이 해안의 작은 마을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서울건축학교 (교장 조성룡)가 국내 건축계에서 처음으로 현장 스튜디오 워크숍을 여는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귀덕리 마을은 이런 한국건축의 문제를 축소해서 보여주는 곳이다.

때문에 삶의 지혜가 담긴 자연 친화적인 전통 건축이 무너져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이 해안 마을을 재구성해보는 이번 워크숍은 제주도, 나아가 우리나라의 건축환경을 다시 돌아보는 시도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이 마을에서 계속되는 '한국성 - 제주에서의 발견' 이라는 주제의 이번 워크숍에는 서울건축학교에 몸담고 있는 건축가 18명과 건축 전공 학생 1백14명이 참여하고 있다.

건축가마다 서로 다른 주제로 진행하는 스튜디오는 실제 건축을 위한 설계가 아닌 아이디어 설계인 만큼 기존 건물을 허물거나 재구성, 또는 빈 공간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등 다양한 실험이 아무 거리낌없이 펼쳐지고 있다.

버스정류장.벤치 등 거리의 소품을 다시 디자인해보는 김영섭의 '거리 가구 (Street Furniture)' .귀덕마을의 해안도로같은 외부공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김종규의 '귀덕마을 외부바닥 재구성' .

또 그 마을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보여주는 민박시설을 다시 꾸며보는 김홍일.윤평헌 스튜디오, 양식장을 구성하는 정기용 스튜디오의 '땅과 바다와 주민을 위한 생산공간' 등은 모두 바다에 면한 귀덕리의 장소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외에 건축가 김석윤. 김영준. 김원. 김인철. 김헌. 민현식. 서혜림. 오섬훈. 이종호. 조성룡. 최욱. 한만원씨가 각기 다른 주제로 귀덕리 재구성에 동참했다.

코디네이터를 맡은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씨는 "건축가들의 현장 스튜디오가 활성화된 외국에서는 아이디어로 그치지 않고 실제 도시설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며 "1회로 그치지 않고 매년 현장 워크숍을 계속해나갈 예정" 이라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의 결과물은 9월 5일부터 12일까지 서울건축학교에서 전시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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