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GM’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 제조업의 상징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제너럴 모터스(GM)가 뉴 GM으로 다시 태어났다. 파산보호 상태인 GM을 둘로 쪼갠 뒤 기존 GM의 알짜 자산만 새 법인에 파는 방식을 통해서다.

GM의 프리츠 헨더슨 최고경영자(CEO)는 10일 디트로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GM은 이날 오전 주요 자산을 새 법인에 매각하는 계약에 서명, 6월 1일 파산보호 신청 이후 40일 만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나게 됐다. 헨더슨 CEO는 “오늘로 새 회사가 출범한다”며 GM에 역사적인 날임을 설명하고 ‘뉴 GM’은 전보다 고객에게 훨씬 신속하게 대응하는 회사로 태어나 수익을 올리고 5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대출금도 2015년 시한에 앞서 갚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GM은 이제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경매를 통해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고객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며 고객이 원하는 차를 더 개발해 과거보다 신속하게 이를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임원진의 35%에 달하는 450명을 줄이고 북미 담당 사장직도 없애기로 했다. 사무직 근로자도 20%가량 줄게 된다.

뉴 GM은 시보레·캐딜락·뷰익·GMC 4개 핵심 브랜드만 갖는다. 나머지 허머·새턴·사브·폰티액 브랜드는 기존 법인에 남긴 뒤 매각한다. 2008년 9만1000명에 달했던 종업원은 6만8500명으로 줄어든다. 지난달 1일 1760억 달러였던 빚도 480억 달러로 감소한다. 뉴 GM의 지분은 ▶미국 정부 60.8% ▶캐나다 정부 11.7% ▶전미자동차노조(UAW) 17.5% ▶채권단 10%씩 나눠 갖는다.

뉴 GM은 앞으로 연비가 높은 친환경 차량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GM 로고의 바탕색을 파란색에서 녹색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새 GM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새 법인이 보유할 4개 브랜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6.5%로 전성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최대 주주인 정부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