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문 베이징교통대 입학사정관에 한국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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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전문대 교수가 중국 명문대인 베이징교통대의 한국 담당 입학사정관이 됐다. 서울 월계동에 있는 인덕대 정보메카트로닉스과의 김종부(48·사진) 교수다. 베이징교통대는 1994년 중국 최초로 ‘211 공정(일류대 건설 프로젝트)’에 선정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 등 많은 중국 고위 관료를 배출한 학교다.

김 교수는 최근 이 대학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스쿨’의 한국인 입학생 60명(신입생 30명·편입생 30명)을 선발하는 전권을 위임받았다. 어떻게 누구를 뽑든 그가 추천한 한국인 학생은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스쿨은 베이징교통대와 칭화(淸華)대 등 중국 명문대에 설치된 특수학부다.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을 양성한다. 중국 명문대의 핵심 학부가 김 교수를 입학사정관으로 선발한 이유는 뭘까.

“2005년부터 초빙 교수와 순회 특강 등 중국에서 활동했습니다. 그 5년이 저에 대한 검증 기간이었죠.”

김 교수는 2001년 홍콩 전자쇼에 참가하면서 중국 학계와 연을 맺었다. 로봇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관련 특허를 20여 개 보유한 그는 전자다트 등 신제품을 출품했다. 이를 눈여겨본 중국 교수들은 앞다퉈 특강을 요청했다. 2005년 중국 지질대의 초빙 교수가 된 그는 중국 학생을 가르쳐 그해 중국 로봇대회 1·2·3위를 휩쓸었다. 공학 계열이 약한 지질대가 로봇대회를 석권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중국 대학의 러브콜이 쏟아져 지난해는 8대 도시 10여 개 대학을 돌며 ‘로봇’ 특강을 했다.

김 교수의 능력을 높이 산 베이징교통대는 올 초 그에게 입학사정관으로 일해 달라고 전격 제의했다.

김 교수는 할당된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올해는 ‘베스트’ 학생 5명만 뽑아 추천할 계획이다.

“학교 측에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학생이 없으면 한 명도 보내지 않겠다는 것과 3년간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것이죠.”

그는 학회와 대학 등을 통해 30여 명을 추천받았다. 동료 교수 등과 5명의 입학사정관팀을 만들어 이달 중순부터 본격 심사를 한다. 서류전형(어학·내신·비교과 활동)과 심층면접을 거쳐 이달 말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등산·여행을 함께하며 인성과 열정을 살펴보고, 발명대회 수상 경력과 봉사 활동 경력도 참고하겠다”며 “어느 한 가지에 미쳐 있는 ‘끼’ 있는 학생이 결국 성공하고 나라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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