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로 함께 피서간 다섯가족의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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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칠흙같은 어둠속 계곡물에서 어른 10명이 죽기살기로 허우적대는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결국 4명을 잃고 말았어요. " 전남구례군토지면 지리산 피아골 계곡으로 이웃 5가족과 함께 피서왔다 딸 黃수미 (13) 양이 실종된 金향자 (39.여.부산시부산진구전포4동) 씨는 3시간여동안 사투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金씨등이 토지면내서리 원기마을 피아골 계곡 바로앞에 지은 민박집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7시쯤. 이웃아파트에 살거나 함께 자동차부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40대 친구 5가족 (어른10명.자녀9명) 이 이날 오후3시쯤부터 승용차나 봉고차로 차례로 이 집에 들었다.

일행들이 밤 11시30분쯤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행 金상욱 (40) 씨는 아이들 방바닥에서 물이 솟는 것을 보고 민박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주인은 "별일 없을 것" 이라며 대수롭지않은듯 말했다.

어쩔수 없이 金씨등은 민박집 바로옆에 세워둔 차로 짐을 먼저 옮기기 시작하는 사이 이미 朴인구 (40) 씨가 승합차에 부인 徐옥순 (39).아들 (11).딸 (13) 과 金향자씨의 딸 黃수미 (13).윤희 (15) 자매 등을 태운채 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승합차에 탔던 朴씨와 黃윤희양도 10여m쯤 떠내려가다 튕겨나와 구사일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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