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방지 협력키로 … MD 문제엔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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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군축 합의=1991년 체결돼 올 12월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새로운 핵 군축 협정의 큰 틀을 마련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보유 중인 2200개와 2800개의 전략 핵탄두를 7년 내에 1500~1675개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핵탄두 운반수단도 500~1100기로 감축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약 800기와 1200기의 운반수단을 갖고 있다. 앞으로 실무 협상을 통해 최종 감축 수준 등을 확정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피퍼 연구원은 “이번 합의로 미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군사 협력=국제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세력과의 싸움에서도 양국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반군 소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장비와 병력을 아프간으로 운송하는 미군 수송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키로 했다. 지난해 8월 러-그루지야 전쟁 이후 단절됐던 군사분야에서의 공조도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은 올해 말까지 군 고위 지휘관 회동 등 20여 회의 공동 군사훈련을 한 다.

◆경제 협력=미국의 식음료업체 펩시코는 향후 3년간 러시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모스크바 외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병 제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보잉 항공사는 자사가 개발 중인 신형 여객기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티타늄 부품을 러시아로부터 구매키로 했다.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 기업 ‘루코일’은 미국 에너지회사 코노코필립스와 합작으로 미국의 대서양 연안에 정유 공장을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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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 지금까지 양국 갈등의 최대 이슈였던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계획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폴란드와 체코에 MD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국은 “MD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애매한 합의를 이루는 데 그쳤다. 러-그루지야 전쟁 이후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지위 문제도 추가 협상 의제로 남겨뒀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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