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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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서울 전세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흔히 국민주택규모로 불리는 전용 84㎡ 안팎(공급면적 99㎡대) 아파트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은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용 84㎡는 전용 60㎡ 이하 소형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소형보다 전셋값이 두 배가량 더 올랐다. 지난해와는 달리 팔자가 확 바뀐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전세 수요의 성향이 바뀐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하반기 폭락했던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전용 84㎡ 아파트의 전셋값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나타난 수치상의 착시현상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강남권(5.1%) 영향으로 평균 1.7% 올랐다. 강남권에서도 전용 84㎡ 아파트가 5.6%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소형(3.9%)은 비교적 덜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59㎡(공급면적 84㎡)의 전셋값은 현재 3억원 선으로 연초보다 8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전용 84㎡(공급면적 114㎡)는 현재 4억원 정도로 연초보다 1억7000만원이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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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은 강남권에서 지난해 입주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됐던 지난해 하반기에만 대개 전용 84㎡로 이뤄진 재건축 아파트 2만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했다. 그러면서 강남권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이 폭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대성공인 최원호 사장은 “입주 물량 증가로 4억원 정도하던 전용 84㎡의 전셋값이 지난해 말 소형과 비슷한 2억원대 초반까지 내려가 집주인들이 대출까지 받아 전셋값을 돌려주기도 했다”며 “그러던 것이 상반기 정상 시세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낙폭이 워낙 컸다 보니 상승폭 또한 커 수치상 전용 84㎡가 소형을 앞지른 것이다.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용 84㎡보다는 소형 더 인기다. 도심권(마포·서대문·용산·종로·중구)의 경우 상반기 전용 60㎡ 이하 전셋값은 1.3% 오른 반면 전용 84㎡는 0.8% 내렸다. 국민은행연구소 나찬휘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입주가 마무리 단계여서 하반기 전용 84㎡의 전셋값 상승률은 상반기에 비해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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