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2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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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02면

마이클 잭슨의 급작스러운 타계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 26일, 서울에서는 트랜스포머가 변신을 했습니다. 그 영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 얘기이기도 합니다.

EDITER'S LETTER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에 설치한 가변 건물 ‘프라다 트랜스포머’ 말입니다. 지난 4월 패션 전시회인 ‘웨이스트 다운(Waist Down)’에 이어 영화제가 시작됐습니다. ‘바벨’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고른 14편이 6월 27일부터 7월 9일까지 무료로 상영되고 있죠. 건물 모양도 확 바뀌어 ‘트랜스포머 2’가 됐습니다(사진).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은 프라다의 톱 디자이너인 미우치아 프라다(60)입니다. 프라다의 최고경영자(CEO)인 파트리지오 베르텔리(63) 회장이 남편이지요. 가변 건물을 세운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와는 오랜 친구이고 이번에 영화를 고른 멕시코 출신의 이냐리투 감독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 행사를 기획했을 때 안팎에서 말이 많았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순수 아트 프로젝트를 왜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것도 유럽이 아닌 아시아, 서울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미우치아 프라다의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도전(challenge)이자 위험(risk)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끌리고 그걸 즐긴다”는 것이죠. 덕분에 서울 경희궁은 수많은 외신기자의 집합소가 됐고 이 ‘움직이는 건물’ 속은 색다른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만석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얼핏 교묘한 문화 마케팅이 아닌가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반응이 “프라다가 신기한 거 하네”로 모아지는 것을 보면 새로운 문화에 대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갈구와 뱃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움츠러들 때 한번 지르는 힘. 이번 주엔 그 기운을 한번 받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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