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 치열 '1등만 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이 최근 발표한 품목별 전문점 경영실적 조사에 따르면 신사복.가구.할인점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매출액 '톱' 을 차지한 기업이 이익면에서도 2위 이하의 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강자만이 독주하는 '지존유존 (至尊唯存)' 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매출액 10억엔 이상인 전문점 4백69개사 (社) 의 1년간 (97년 5월~지난 4월) 매출액은 평균 0.7% 늘어났으나 경상이익은 24.3%나 감소했다.

그러나 1위 기업들은 경기침체 등 환경 변화에 대해 본업에 주력하는 한편 경영효율화를 철저히 추구, 소비자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두업종에서 톱을 차지하고 있는 치요다의 경상이익 규모는 2위인 '구쓰노 마루토미' 에 대비할 때 94~96년 5~12배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무려 63.3배로 차이가 확대됐다.

점포 소형화로 전국적 확장 전략에 나선 구쓰노 마루토미에 대해 점포 수를 억제하면서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목 개발과 기업 체질을 강화해온 치요다의 완승 (完勝) 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대 신사복 업체인 아오야마 (靑山) 상사와 2위 기업인 아오키 인터내셔널의 매출액 차이는 94년 2.1배에서 이번 조사에서 2배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익 면에서는 1.9배에서 3.5배로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할인점 분야에서는 1위의 다이쿠마가 수도권 집중 전략으로 대대적 사세 확장에 나선 2위의 미스터 맥스 (Mr.Max) 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양사의 경상이익 차이는 94년 1.8배에서 3.7배로 커졌다.

카메라.잡화 전문점인 '요도바시 카메라' '사자비' 등도 동종 (同種) 업계 2위의 '빅 카메라' '도쿄 데리카' 와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올들어 주가 오름세가 두드러진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다.

지난 7개월동안 뉴욕 증시의 종목별 주가 상승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각 업종의 매출액 1위 기업들이 몰려 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500지수 상위 50대 기업은 지난해말보다 주가가 평균 29.9%나 상승했다.

반면 50위권 바깥의 중.하위 기업들은 겨우 10.4% 오르는데 그쳤다.

메릴린치 증권사 등의 기업 분석가들은 "세계적으로 과점화 (寡占化)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1위 기업과 중위권 기업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 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