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위한 세제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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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무당국이 경기악화 때문에 줄어든 세수 (稅收) 를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면서 조세체계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98년 세제개편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개편안은 원칙적인 방향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특례자와 간이세금납세자를 일반과세자로 편입하기 위해 거래자료를 양성화하는 방안은 현재의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힘들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양도세율을 10% 정도 내리고 보유과세를 종합토지세를 통해 강화한다는 것도 부동산가격이 내려가 있는 상태여서 세수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음성 혹은 탈루소득자에 대해 소비수준에 근거해 추계과세를 하겠다는 방안도 과세기법의 개발 없이는 세정당국의 재량권만 늘려 준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목적세를 본세로 통합하는 등 조세체계를 간소화하는 데는 별 이의가 없는 이번 세제개편안도 세수확보를 안정화한다는 대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하고 있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을 세제가 뒤늦게 따라가는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절실한 실정에서 국제수준에 맞는 기업세법과 거래세법을 정비하자는 주장이 지난해부터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다음달 정부안으로 확정돼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옮겨지자면 많은 시간이 흘러 가는데 그동안 구조조정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과도기라도 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으니 이런 취지에 맞게 현행 세법의 틀내에서라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자소득에 대한 세제개편안은 이미 당정간에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20%에서 22%로 올린다고 잠정 합의된 상태다.

그러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저축성향을 고려할 때 과연 분리과세에 의한 원천징수세율 인상이 바람직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납세자가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과 종합과세를 하되 과세대상 기준을 지난번보다 높이자는 주장도 있는 만큼 이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별소비세를 없애 품목별 개별소비세로 전환하자는 개편안은 발전된 발상이다. 또한 유류 중과세를 통해 교통세를 주행세 중심으로 바꾸자면 정부부처간 합의로 자동차 취득 및 보유세를 줄여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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