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살찌우는 ‘희망 경제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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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기도 하남시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신용카드가 있다. 공공근로 사업 참여자의 급여가 적립되는 ‘희망 경제 카드’로 하남시·농협이 발급하는 것이다.

이 카드가 선보인 것은 3월. 공공근로 사업 참여자가 받는 월 급여 90만원 가운데 60%인 54만원이 카드에 적립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식당·카센터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직원을 새로 채용할 때 하남시가 지원하는 임금 보조금 60만원도 이 카드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1400여 명이 13억8000만원을 이 카드로 받았다.

희망 경제 카드가 하남시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하남시 관내 1만2000개 업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근로 급여가 처음 지급된 직후인 5월 농협이 조사한 결과 카드에 입금된 7억3000만원 가운데 83%인 6억9000만원이 소비됐다. 카드가 많이 사용된 20개 업체 가운데 6곳이 대형마트, 4곳이 정육점이다. 공공근로에서 받은 돈을 집 주변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주로 썼다는 방증이다. 성인 오락실, 안마시술소 같은 유흥업소에서는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신장동 B마트의 경우 5월 매출이 1억2000만원으로 희망 경제 카드가 사용되기 전보다 13% 늘었다. 연말까지 공공근로 사업 급여 가운데 카드에 42억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김황식(59) 하남시장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소도시에서 공공근로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타지가 아닌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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