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포도씨, 코코넛 … 차량 소재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포드 이스케이프에 들어가는 좌석은 일반 스펀지가 아니라 콩을 원료로 한 소재를 충전재로 썼다.

‘콩을 원료로 만든 좌석, 포도씨를 재료로 쓴 공기 필터, 중금속 없이 가공한 가죽…’.

최근 선진국 자동차 업체가 속속 적용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 소재다. 글로벌 업체들은 그동안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연료 효율을 높이거나 배출 가스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의 사용도 늘리고 있다.

포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스케이프 2009년 모델은 친환경 좌석을 쓴다. 좌석 쿠션 부분에 들어가는 충전재는 스펀지 등 화학 소재를 쓰는 게 상식이었지만 이 회사는 콩을 원재료로 했다. 보통 가죽 제품을 가공하는 과정에 중금속 성분인 크롬이 함유된 화학 약품을 쓴다. 하지만 포드의 럭셔리 세단 링컨에 들어가는 가죽은 제조 과정에서 중금속을 쓰지 않는다.

벤츠는 최상위 모델인 S클래스에 친환경 소재를 대폭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신형 S클래스는 문 안쪽 부분(도어 트림)을 만들 때 플라스틱 대신 코코넛을 원료로 한 소재를 썼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선보인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LRX에 친환경 소재를 썼다. 2011년께 나올 양산 모델에도 친환경 소재인 식물성 가죽을 썼다. 도어 트림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기로 했다.

인피니티의 신형 SUV FX50는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에 ‘그레이프 폴리페놀 필터’를 쓴다. 포도씨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이 필터는 화학 성분의 일반 공기 필터보다 원가가 비싸다. 그러나 미세 입자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걸러내는 효과가 크다.

국내 업체의 친환경 소재 개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5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환경기술연구소’를 만들었다. 각종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외에 재활용 향상과 중금속 대체 재료 기술 개발 등도 하고 있다. 신형 에쿠스에 들어가는 극세사 스웨이드는 일반 가죽 제품과 달리 가공 과정에서 폐수 등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를 썼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