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닭갈비 먹으러 갈까? 1시간도 안 걸리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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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터널은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21개 터널 중 가장 긴 2193m다. 터널의 한가운데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로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강원도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온다. [김성룡 기자]

서울 성수동에서 장어음식점을 경영하는 탁태식(53)씨는 여동생이 사는 춘천에 가끔 간다.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공기도 맑고 상쾌하며, 맛있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춘천을 다녀오려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차량이 밀려 경춘국도는 물론 샛길도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면 심했다. 그래서 밤늦게, 또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탁씨의 이런 불편은 7월 15일이면 사라진다.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되기 때문이다. 춘천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는 탁씨는 “잠깐이면 춘천에서 사랑스러운 동생 식구를 만나고 함께 닭갈비를 먹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고속도로 개통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춘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국도의 통행 시간은 버스 기준(동서울~춘천)으로 1시간40분. 주말과 휴일에는 2~3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규정속도(시곳 100㎞)로 달려도 고속도로 통행시간 38분을 포함해 1시간 남짓이면 춘천 도심에 닿을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이나 수원을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릴 수 있다. ‘이제 춘천은 수도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2010년 말 경춘 복선 전철이 개통된다. 시속 180㎞의 고속전철이 투입되면 서울~춘천은 현재 1시간40분(청량리)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교류가 활발해진다. 경제·문화·교육 등 다방면의 교류를 통해 지역의 산업과 경제 등에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강원발전연구원 노승만 연구원은 “일부 지역 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기업 유치 활성화로 고용이 늘고, 관광객 증가 등으로 지역경제가 촉진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춘천시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관광 인프라를 늘리는 등 긍정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안과 함께 상권 위축 등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동북부와 강원도 중심도시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특색 없는 수도권 위성도시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춘천시는 ‘녹색산업 전원도시 춘천’을 미래상으로 정하고 ▶지식융합 경제도시 ▶생태관광 레저도시 ▶창조문화 교육도시 ▶시민참여 복지도시를 목표로 한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짰다. 바이오·정보·문화·관광 등의 산업을 육성하고, 레저의 메카를 추구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호반의 문화·예술도시로 가꿔 시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인구가 현재 26만5000명에서 2025년 43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황성수 연구원은 “춘천시는 전체 면적의 9.4%에 달하는 수변공원을 갖고 있는 등 자연 여건이 좋다”며 “고속도로 개통과 맞물려 녹색산업과 문화·레저, 고품격 전원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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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찬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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